흐드러진 꽃은 사람들을 홀리더니 이내 변화하는 계절 속으로 사라진다. 후드를 입고 다니기에 더운 걸 보니 초여름에 접어든 듯하다. 최선을 다해 피어나고 죽음을 향해 미련 없이 자유 낙하하는 자연. 그것을 관찰하다 보면경이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반면 매 순간 미련을 놓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이란.
간간히 근황을 물아봐 주는 친구에게 오늘도 별 탈 없이 지낸다고 답장을 보낸다. 사실은 잘 못 지낸다. 아침 출근길 멈춰 선 종로 3가 에스컬레이터처럼 어딘가 잘못된듯한 느낌을 받지만 그저 잘 지내고 있다고 답한다. 따지고 보면 별다른 일이 있는 건 또 아니니까. 내 삶은 어딘가 엉켜버린 엉거주춤상태가 디폴트 값인데 어찌 굴러가긴 한다.
흘러가는 시간은 나를 초조하게 한다.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간의 머릿속은 쉴틈이 없다. 가끔씩 이게 뭐지? 싶어 멀뚱 거리며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문제는 그게 뭔지,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하긴.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놓친 거라면 되찾는다는 것이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무언가를 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시간이라는 성능 좋은 청소기가매 순간을 아낌없이 흡입해 버리는 바람에 다시 불안에 쫓기는 신세가 될 뿐이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어느덧 5월을 향해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계속해서 무언가를 놓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하나를 잃고 두 개를 잃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되었을 때 죽음이 나를 찾아오고, 그 죽음은 나를 짓누르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영원한 자유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