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끝자락
킥복싱 수업에 다녀왔다.
대체 휴일임에도 수업을 열어주신 부지런한 사범님 덕분에 게으른 몸을 그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시작은
줄넘기 3세트
그동안의 운동이 헛되지 않았는지 요즘엔 예전처럼 헉헉거리진 않는다. 첫날에는 다리가 풀리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괴로웠었는데. 그 지경이 되도록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격투기를 등록한 과거의 나 자신, 아주 장하다!
언젠가부터 킥복싱이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다.
재밌게 운동하면서 체력도 좋아지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석이조가 있을까.
격투기의 매력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 챙김>의 효과도
톡톡이 누릴 수 있다.
킥복싱을 하고 있다 보면 마치 명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둘 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리듬이 깨지고 스텝이 꼬인다. 반면 잡념을 덜아내고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려운 동작을 자연스럽게 해내기도 한다.
애써 반항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긴다. 덜어내면 가벼워지고, 가벼워지니 자연의 흐름이 곧 나의 흐름이 된다.
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나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수업 끝 부분에는 각자 샌드백을 하나씩 잡고 연속 타격을 했다.
샌드백에 펀치와 킥을 날리면 마음이 뻥 뚫린 듯 시원하다가도 연신 때리다 보면 시원은커녕 손과 발이 아파오면서 얼른 때려치우고 싶어진다. 통쾌함이고 뭐시고 다 소용없어지는 거다.
—그렇다.
맞는 놈도 아프지만
때리는 놈도 아프긴 매한가지다.
오늘따라 킥을 차는 발등이 아려왔다. 이럴 때 시간은 왜 이리 느리게 흐르는 건지. 아픈 걸 참고 타격을 이어갔는데 알싸한 느낌이 드는게 멍이 들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보니 육안으로 구분될 정도로 멍이 들어버렸다.
욱신거리는 발을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 미워하자
어떤 대상을 미워하며 날카로운 말로 내리치면 내 마음도 다친다.
그 사람을 공격하는 줄 알았는데 되려 내가 다치고 있었던 것이다. 분노에 눈이 멀어 보이지 않았을 뿐. 내 마음도 이렇게 잔뜩 멍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미워하지 말자.
섭섭했던 마음일랑 접고, 밉고 싫었던 감정은 모두 잊고. 그만 용서하고 해묵은 마음 모두 다 풀어주자.
다이어트에만 좋은 킥복싱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굉장한 마음공부 선생님이 될 줄이야.
마음의 응어리가 하나 둘 풀리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