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을 빨리 내고 변덕이 들끓어서
뭘 진득하게 하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원데이클래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차피 길게 못할 거 아니까. 맛만 보고 질리기도 전에 짧고 굵게 끝내버리는 거다. 그런 내가 격투기를 3개월 이상 배우고 있다니. 놀랄만한 성과다. (사실 주짓수는 가뭄에 콩 나듯이 가는 중이다. ^^;)
변덕만큼 엄살도 심한 편이어서 엄마에게 "누가 엄 씨 아니랄까 봐~ 아주 아빠 닮아서 엄살도 진짜 어우~" 이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던 것 같다. 어릴적엔 병원에서 주사 안 맞는다고 고집부리다가 엄마에게 장지갑으로 퍽퍽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 가끔씩 터프한 면이 있는 우리 엄마. 어쨌든 그 정도로 아픈 게 싫어서 격투기 같은 운동을 할 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샌가 즐겁게 펀치를 날리며 지내고 있다.
사범님이 워낙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 그런지 킥복싱 타격을 배우거나 스파링을 할 때엔 그다지 부상의 위험이 없다. 되려 기초체력 훈련을 할 때 유난히 몸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의사의 권고를 받을 정도로 많은 체지방의 소유자 아니던가! 근육 없는 몸뚱아리가 제 구실을 못하니 당황스럽다. 특히 팔과 코어를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 특히 그렇다. 다들 쉽게 하는 동작이 전혀 되지 않을 때의 무안함이란...!
하루는 팔 굽혀 펴기를 연달아해야 하는 날이 있었다. 당연히 한 번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중도 포기하기는 싫어서 지나치게 노력을 했던 탓인지 부상이 오고야 말았다. 왼쪽 팔꿈치 쪽이 점점 심하게 지릿거리고 지끈거렸다. 며칠 참다 병원에 갔더니 '테니스 엘보'라고 한다.
아니... 테니스 엘보는 조코비치나 나달 정도의 프로 선수들에게 걸맞는 부상 아닌가요? 제가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봤더니, 다 귀찮은듯한 목소리와 건조한 표정으로 주사 맞고 물리치료받고 가라고 한다. 꾸벅 인사를 하고 카운터에 가서 치료 비용을 물어보았더니 도합 20만 원 정도라고 하길래 일단 약만 먹겠다 하고 처방전만 받아왔다. 아픈 것보다 병원비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일단 며칠 지켜보고 더 심해지면 치료를 받으려 했는데 한 주정도 지나자 부상이 완화되었다. 당시에는 큰 마음먹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몸뚱이가 도와주지 않는구나 싶어서 울적하고 서글펐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몸을 잘 신경 쓰며 오래오래 운동하라는 신호였던 것 같다. 이후로는 욕심내거나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그렇게, 부상이라는 장벽을
넘어섰더니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바로
살이 1도 안 빠질 위험 !
아니, 이렇게 땀을 쫙쫙 빼는데 왜 도대체 왜!
어째서 1킬로도 빠지지 않는 것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가설 1] 지방은 빠졌지만 근육량이 늘어서 무게상 변화가 없다. (희망회로 돌리는 거겠죠?)
[가설 2] 운동하고 나면 세상 온갖 것이 맛있어서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다. (너로구나!)
그래도 전반적으로 일상에 활력이 생겼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 만족스럽다.
워낙 잡생각이 많고 잔걱정이 많아서
몸과 마음이 축축 늘어지는 편인데,
운동을 시작하고 많이 좋아졌다.
특히 울적한 날에는 마음을 다잡고
더더욱 운동에 가려고 한다.
한 시간 땀을 쫙 빼고 오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올라오면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힘이 차오른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부상의 위험과 살 안 빠질 위험(?)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격투기 배우기는 순항 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