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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며 가며, 담아낸 가을.

by 달숲

가만히 하늘을 려다보면

마음이 알아서 정돈된다.




이렇게 쨍!한 하늘도 좋지만-




두둥실 구름을 안고 가는

포근하고 귀여운 하늘도 좋지.




돌아서는 길목마다 마주치는 풍성한 들꽃은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발등에 살포시 앉은 곱디고운 무지개를 바라보다 보면 그냥 다 괜찮아질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뭐가 됐든 간에




지난주엔 친구를 보러 안동에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홀로 기차 여행.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린 시간이 참 좋았다.


뭘 이루고 싶어서

이렇게 허둥거리 사는 걸까?




주렁주렁 달린 대추와

길가에 핀 꽃만 바라보아도 좋은데 말이다.




내년 초에 있을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 위해

꽃을 한 다발 샀다.


워낙 꽃 같은 친구지만,

꽃을 받아 드니 더욱 해사해 보인다.


밝은 미소가 파도처럼 건너와

마음으로 번진다.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결혼을 잠시 상상해 본다.


웨딩드레스보다는

파스텔 톤의 한복을 입고 입장하고 싶다.


옷은 되도록이면 한벌로 끝내고 싶고

높은 구두다는 낮은 굽의 신을 신고 싶다.


엄마, 아빠 얼굴을 보

눈물이 터질 것도 같지만


아마 결혼식 당일엔

누구보다 호쾌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결혼은 할까?




가을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덥다 덥다 난리 치며 서 겨울이 오기를 바랐건만, 막상 추워지니 몸이 오그라들며 따뜻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이렇게 늘 없는 것을 갈망하니, 생은 결핍의 쳇바퀴를 벗어나질 못한다.




이제 좀 삶에 중심이 생겼구나 싶었는데

다시 비틀거리는 모양새다.


삶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 확신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의 그림자인지 헷갈릴 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속에서 공연히 떠들기보다는 자꾸만 입을 닫게 된다.




언젠가는 흩어져서 사라질 구름 같은 인생이기에.


삶의 허함에 땡깡을 부리기보다는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며 일상을 보내려 한다.



그중 하나가 뒤통수 뽀글뽀글,

귀여운 비숑과 오며 가며 인사하기.


당당하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당연한 듯 사랑을 독차지하는 녀석의 태도에 오늘도 온 마음을 빼앗긴다.





올 가을에는 안산 자락길 황톳길을 걷고 싶었는데

이렇게 돌연 날이 추워지다니.


계절 변덕에 황망할 뿐이다.


그래, 내년에 가야지.


어쩌면 이런 작은 다짐이 를 내일로

인생의 다음 장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


알고 보면 삶은 대단한 게 아닌

이렇게 소박한 마음의 돌림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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