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캐나다라는 말로만 듣던 이국 땅에 도착했다.
살기 좋다, 교육 환경 끝내준다, 복지가 최고다 하며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 캐나다에.
굉장히 피곤했었다.
생애 처음으로 14시간 비행을 하고 영어라곤 주입식 교육의 로봇 영어만 알던 내가 그 무섭다는 이민국 심사도 받고 홈스테이 집에 도착한 건 밤 12시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캐나다의 첫인상은 무척 실망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멋진 광경의 도시가 아닌 무릎까지 쌓인 눈에 뒤덮인 직사각형 건물들의 도시. 또 내가 탄 택시의 기사님은 집을 못 찾고 주변을 헤매기까지 하여 피곤함이 더해진 듯했다.
내가 캐나다에 온 대외적인 이유는 더 많은 세상을 보기 위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등등 그 당시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대단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정작 나는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제껏 부모 그늘 아래 편히 살고 공부하며 지내온 내가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정해줄 부모님도 곁에 계시지 않고 어렵고 힘든 일을 같이 이겨내 줄 친구들도 없는 말 안 통하는 이 낯선 곳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하지만, 캐나다로 오는 1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든지 당장 캐나다 공항에 내려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준비라던지 실로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유학 떠날 준비가. 그냥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이런 내 모습이 승무원 언니에게도 위태롭게 느껴졌는지 가끔 찾아와 내 안부를 묻곤 했다. 뭐 좀 먹어야 하니 먹고 싶은 걸 말하라는 둥 다른 필요한 건 없는지 와인 한 잔 하면 잠이 올 테니 좀 자두라는 둥. 하지만 난 먹고 싶은 마음도 자고 싶은 마음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14시간을 한 자세로 전쟁터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넋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몇 시간 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오만가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