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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테레 Mar 31. 2016

3. 네 생각은 어때?

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3.


수업시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캐나다 선생님의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쉬운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토론 아닌 토론 시간이었다, 내가제일 싫어하는. 어떤 아랍 남자애가 열심히 자기 의견을 내놓았다.

출처: mlive

“자, 이번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코코테레?”


허걱, 날 콕 집다니! 내가 아주 조용한 학생인걸 이미 잘 아는지라 내 입을 열게 하려는 선생님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동안 정답이 아닌 답은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내 생각이 아닌 정답을 외우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내가 이런 자유로운 환경에서 입을 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클래스의 모든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 시점에 어떻게 내가 내 의견을 말할 수 있겠는가.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대답했다.


“I agree with him.”


방금 그 아랍 학생이 무슨 소리를 떠들었는지도 모르면서 그 학생과 같은 생각이라고 그러니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말라고 온몸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물론 목소리는 개미 소리로. 시뻘게진 얼굴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내 눈을 선생님은 눈치챘는지 알았다며 다른 아이에게 기회를 넘기려 했다. 그런데, 방금 안 되는 영어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던 아랍 학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쟤는 쉬는 시간에는 엄청 목소리 크고 말도 많아요! 한국말로 하거든요.”


내가 저한테 뭔 잘못을 했다고 저렇게 나를 궁지로 모는 거지? 야속했다. 저 아랍 놈이 참으로 야속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머나먼 이국 땅에 돈 들여 공부하러 왔으면 모든 수단을 써서 습득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맞다. 난 반대로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영어학원 다닐 때보다도 더 입을 열지 않았으며 한국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려 했다.


그 당시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 문제라며 이유를 외부에서 찾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난 원래 그렇게 안 키워졌잖아'라며 전혀 바뀌려 하지 않았고 '나 지금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 와서 너무 힘들잖아'라며 위로만 받으려 했다.


강한 아랍 억양이 있는 초보 영어실력으로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한 단어라도 더 내뱉어 보려고 저렇게 고군분투 중인데 난 뭐하고 있던 걸까.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려고. 다들 배우러 왔고 틀리면 또 어때. 못하니까 배우러 왔지. 오히려 나중에 1~2년 지나고도 지금처럼 영어 한다면 그게 더 창피한 일이고 울 일이다. 저들은 한국말 하나? 한 글자도 못한다. 하지만, 난 알파벳은 물론이고 수능 준비로 다져진 영단어/숙어는 자신 있다!

출처: quotesgram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렸다. 아주 흔한 말이지만 진리다. 그 후, 매일 아침 학교 가기 전에 세수하면서 나에게 말해줬다.


You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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