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캐나다에 도착한 지 3일째.
난 여전히 멍했다. 뇌가 멈춘 것 같았다. 뭘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지난 3일간 한 것이라곤 넋 놓기, 안 먹기, 안 자기. 혹독한 캐나다 환영식으로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되고 있었다.
"여보세요?"
3일 만에 들어 본 엄마 목소리.
3년 같던 지난 3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엄마 목소리 듣자마자 북받쳐 올라 아주 서럽게, 세상에서 제일 서럽게 엄마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어어엄마아아아앙~~~~"
엄마를 부르는 건지 우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엄마는 알았다, 우리 딸이 얼마나 힘겨운 3일을 보냈을지. 처음으로 세상에 한 발 내딛는 딸을 뒤에서 받쳐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홀로 보냈으니 걱정이 한 가득 일 텐데. 그런 딸이 코 앞에서도 아니고 저 멀리 태평양 너머에서 울면서 엄마를 애타게 부르고 있으니 그 어미의 마음은 얼마나 미어터졌을까.
"엄마아아~ 나흐 지베~가흘래에~꺼이꺼이"
그런 엄마 마음도 모르고 계속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 철없는 딸이. 캐나다 땅을 밟은 후로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사람 하나 없이 모두들 나에게 강요하기만 했다. 버스 타고 혼자 가, 레벨 테스트 봐야 하니 영어 해봐.
난 여기서 못 살겠다고 바로 한국 가는 비행기타겠다고 했다. 엄마는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오겠다고 할 줄은 몰랐었나 보다. 한숨을 쉬더니 울고 있는 나에게 엄마가 신의 한 수를 뒀다.
"그래. 돌아와. 하지만, 이왕 갔으니까 한 달 놀다 온다 생각하고 지내다가 한 달 뒤에 한국으로 와."
한 달? 그냥 놀다 오라고? 갑자기 내 속에 막혀있던 무언가가 뻥 뚫린 것 같으면서 모든 감정들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점점 울음도 멈춰지고 대화도 가능해졌다.
"대신 돌아올 땐 이유를 들고 와, 왜 거기서 못 살겠는지."
잉? 이유? 여기서 못 사는 이유라고? 이유쯤이야 뭐, 까짓 거 찾으면 되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됐다. 전화를 끊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지극히 원초적이었다. 배고프다. 3일째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엄마의 한 수는 정확했다. 그 후, 난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냈다. 여전히 어려움도 있고 난관에 부딪혔지만 손짓 발짓 얼굴 짓(?)까지 써가며 내가 하고픈 말을 전했다. 사람은 역시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 무서운 곳에서 4년 유학생활이 아니라 1달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못할 것이 없어 보였다. 학교 생활도 즐거웠고 세계 여러 나라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알아가는 그들의 문화도 신기했다.
그렇게 나의 험난한 유학생활이 시작됐다.
참 요란하기도 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