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버스에서 사랑을 만나다
비 오는 화요일 아침,
유난히 사람 많은 5511 버스 안.
빨리 도착하기만 빌며 가고 있는데
방금 정거장에서 탄 남자와
내 오른쪽에 선 남자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서로 아는 사이인가 보다
반갑게 인사를 한 내 오른쪽 남자는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또 조금은 뜬금없이
붕어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엥?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이 시간에?
지금 이렇게 비도 오는데?'
라는 내 생각은 무시하고...
그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문을 연 곳이 없어.
장사 안 하는 곳만 벌써 세 번째다.
어, 저기도 닫았네.
지난번에 보니 사당역에 있던데 거기 가야 하나...'
느닷없는 붕어빵 얘기에
어벙하게 있던 방금 탄 남자가 묻는다.
'사달라는 사람이 여자 친구야? 근데 사당은 너무 멀다.'
그랬더니 이 남자, 매우 수줍게
'그랬으면 좋겠는 사람'이란다.
그러며 계속 조잘조잘
'별로 안 멀어. 그래도 일부러 일찍 나왔지.
물론 이 근처에서 팔면 더 좋을 텐데 근처에 파는 데 있나?
에이, 그냥 사당까지 갈까? 어떡하지, 식으면 안 되는데...'
얘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어버렸다.
붕어빵을 받을 여성 분이
매우 부러워지다 문득
저 남자가 쪼끔 더 부러워졌다.
아무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슈퍼맨이 되나 보다.
이야기 들으며 같이 찾고 있던 나는
보지도 못한 붕어빵 집을 볼 만큼 시력도 좋아지고,
평일 아침 9시에 버스 타고 붕어빵을 찾아다닐 만큼
일찍 일찍 잘 일어날 수도 있고,
네 정거장 차이나는 사당이 가깝게 느껴질 만큼
먼 거리도 슝슝 잘 다니게 되고.
마지막으로 이야기 듣는 것 만으로
옆 사람을 웃게 만들기까지.
피곤한 화요일 아침이었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붕어빵 구해서 꼭 같이 드셨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