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광양
매년 봄이 오는 것을 마당에 만발하던 매화 꽃잎 흔들리는 바람소리로 알았다. 히야신스 싹이나 튤립 싹보다도 나뭇가지 가득 몽글몽글 연한 분홍빛이 맺혀 있다가 토도톡 터지는 매화가 늘 먼저였다. 겨울이 채 가기도 전이었다. 일에 지쳐 힘들 때 꽃이 만발한 매화나무아래 앉아 찬바람 섞인 매화향을 가슴속 깊이 들이마시며 복작복작한 내 마음을 다스리고는 했었다.
마당을 재정비하며 허리 굵은 매화나무를 떠나보내고 작년은 매화 없이 살았다. 새해, 아직 찬 바람이 부는 마당에 튤립과 히야신스싹이 뽀로롱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지금 시간이 남아도는 남편과 내가 봄꽃여행을 못 갈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바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남편과 나는 구례로 떠났다.
봄을 가장 빨리 알려준다는 노오란 산수유 꽃. 구례산수유꽃축제는 3월 9일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평일 구례는 한적했다. 아직 꽃도 다 피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겨울의 시절은 끝이 났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은 알 정도로 화사했다. 산수유도 반쯤 피었고, 개나리같은 영춘화도 담벼락을 노오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광양으로 갔다.
매화
꽃보다 향기가 먼저 다가왔다. 힘들 때 내 영혼을 달려주던 향기. 그 향기를 가득 들이마시며 매화마을을 걸었다. 딱 매화마을이 아니더라도 길과 산, 모든 곳이 꽃이었다. 광양매화마을축제는 3월 8일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활짝 핀 꽃을 보려면 아무래도 1,2주 지난 축제시즌이 딱이겠다.
구례에서도 가로수가 산수유인 것이 참 좋았었는데 광양도 그랬다.
봄맞이를 하러가기 전에 든 여러가지 생각들, 꽃길을 걸으며 들었던 또 여러가지 생각들,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왔다갔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딱 이 것이다.
먹거리와 볼거리와 향기까지- 입, 눈, 코까지 즐거운 봄맞이 여행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