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의 쓸모를 발견하다
2년 전, 한국 나이 40세였다. 20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뒤 뭔지 모를 정체감이 찾아왔다. 취업, 결혼, 육아, 승진. 성실하게 살았고 건실한 가정을 꾸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공허할까? 게임과 술로 채우던 여가마저 시들해질 무렵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진지하게 무언가를 깊이 탐구해본 적이 있던가?' 다시 말해, 진짜 공부를 해본 적이 있었나?
그 때 내가 선택한 것은 고전 읽기였다. 그 후로 현재까지 약 2년 동안 호메로스부터 시작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그리스 철학 고전부터 무작정 집어 들고 읽었다. 왜 하필 고전이었을까? 제나 히츠의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나는 '쓸모'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 대학 때는 학점을 위해, 직장에서는 성과를 위해, 자기계발서는 승진을 위해, 재테크 서적은 돈을 더 벌기 위해 읽었다. 모든 것이 수단이었다. 히츠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일을 위한 일의 무한 회전목마에 갇혀 있었다. 히츠가 책에서도 언급한대로 일하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일하는 무의미한 순환 말이다.
히츠는 참으로 독특한 인생 여정을 거쳤다. 예일, 케임브리지, 하버드를 거친 엘리트 교수였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을 버리고 캐나다 오지에서 3년간 빵을 굽고 설거지를 했다. 그녀는 거기서 "작은 인간적인 것들의 빛남"을 발견했다. 설거지하며 생각하고, 빵 굽으며 성찰하는 시간. 쓸모없어 보이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아우구스티누스, 말콤 x, 시몬 베유, 그람시 등 여러 인물들의 삶을 사유하고,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과 엘레나 페란테 등 문학 작품 속 의미를 탐구해 나간다.
히츠는 지적 생활은 피난처라고 말한다. 야근과 육아로 지친, 그리고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맞닥들인 방황의 순간에 고전은 나에게 피난처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찬란하고 무용한 공부' 역시 내가 앞으로 펼쳐나갈 공부의 항해에 나침반이자 돛을 달아준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의 이 찬란하고 무용한 공부와 탐구는 내 인생에서 가장 쓸모 있는 선택일 것이다. 죽을 때 까지 이 무용한 공부를 놓치 않으리라.
평생 가져갈 지적 생활과 공부하는 삶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