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사원 Jan 22. 2018

[김 사원 #23] 가끔은 외근도 좋아

"나는 다른 업체 미팅도 가봐야 해서 김 사원 먼저 사무실 들어가. 혼자 갈 수 있지?"

"그럼요. 미팅 잘 다녀오세요."


김 사원은 공 과장에게 인사를 하고 건물을 나섰다. 아까 택시 타고 올 때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던 걸 봤다. 스마트폰을 열어 사무실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보니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면 갈 수 있었다.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취직하고 일 년 정도는 외근 나가는 일이 내심 즐거웠다. 맡은 업무가 많지 않던 때라 모니터 앞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던 차에 외근으로 반나절이나 하루를 외부에서 보낼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었다. 접대비를 명분 삼아 법인카드로 사 먹는 커피나 빵, 아이스크림 같은 주전부리도 좋았다. 택시나 기차에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여유도 좋았고, 특히 오후 미팅 후에 '직퇴'는 정말 최고였다. 


사회초년생 딱지를 뗄 쯤에야 외근이 반가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없던 일을 할 일로 만드는 게 외근이었다. 오늘도 고객사는 느닷없이 행사 운영을 요청했다. 컨셉과 일시, 장소만 확정된 행사였고, 이후 홍보와 모집은 물론 운영 전반을 우리에게 요청했다. 평소보다 더 범위가 넓고 까다로운 요청이었다. 사무실로 돌아가면 보고하고, 기획안을 쓰고, 시안 요청하고, 회의하고.... 한동안 골치 아플 게 뻔했다. 


평일 오후의 지하철은 한산했다. 아까 공 과장은 김 사원 혼자 들어가게 해 미안하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미안하긴요. 평소처럼 황 이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 과장과 같이 왔다면 사무실 들어오는 내내 행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누가 담당할지 얘기하며 벌써부터 피곤했을 텐데요.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다. 마을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걸어가기로 했다. 어느 가게 앞에 학교를 마친 여중생들이 모여있었다. 최근에 생긴 아기자기한 디저트 카페였다. 김 사원도 가게에 들어가 빵을 몇 개 샀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이 사원, 정 사원과 나눠먹어야지. 


그러고 보니 외근을 마치고 혼자 사무실에 들어오는 일은 처음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 사원 #22]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