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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청년 Mar 10. 2021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하기 싫은 것들 속에 있다 보면 하고 싶은 것들의 특징을 알게 된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정확한 행위 자체를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토익 공부와는 정 반대의 속성을 가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토익 공부와 반대라 함은, 배우는 즐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기고,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나만의 재능과 특기를 개발할 수 있고, 나만의 물감을 칠할 수 있고, 그것은 창조적이고 새롭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그리거나 쓰고, 만드는 것. 더 다양한 것들이 떠오를 수 있도록 새로운 것들을 많이 담는 것. 그렇게 훌륭하진 않더라도 직접 그려내 나다운 것. 그래서 소중한 것. 시간이나 마음이나 흘리는 땀이 아깝지 않은 것. 그런 게 하고 싶다.

  근데 그게 뭘까. 여행? 게임을 하고 싶나? 아니면, 사실 잘 모르겠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군대 전역을 하고 학교에 복학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대학교 자체가 토익 학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 공부는 재미가 없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그게 엄청 재밌고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그나마 방학이라도 있어서 완급 조절이 가능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방학이 되어도 많은 학생들이 토익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그것을 어디에 사용할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나도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하기 싫은 건 이렇게 많은데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도대체 뭘 해야 하지?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나. 만약 아무거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해 볼 것인가?




-날씨가 많이 덥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다. 오전 9시 수업이라 아침 일찍 땀을 삘삘 흘려가며 학원에 도착했는데 커피가 너무 당긴다. 종로3가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맥도널드가 있다. 가끔 1,500원짜리 맥카페를 사 먹는데 맛이 참 좋다. 충동적으로 맥모닝 세트를 주문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매일 사 먹는 건 부담이다. 스터디 끝나면 점심도 사 먹어야 되고. 그래서 카누 한 박스를 샀다. 텀블러도 같이 들어 있어서 미리 얼려둔 얼음과 커피를 담아간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찔끔찔끔 마실 수 있어 더위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근데 매일 스타벅스 커피 들고 오는 쟤는 누구냐.-


의문으로 끝난 문장을 한 동안 감금해두었다. 토익 공부를 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학원에서 내준 숙제가 워낙 많아서 정말 이 숙제들만 끝내도 900점은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수업 내용이나 강사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내가 게을러서이다. 학원에서 해줄 건 다 해줬다. 만약 시험 성적이 안 좋다면 내가 열심히 안 한 거다.

  집에 돌아와 잠가둔 방문을 열어보니 그 의문들은 상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오래도록 생각을 달고 살았음에도 답을 못 찾았다는 것은 답이 없다는 것 아닐까. 아니 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정말 이 질문이 질문으로서 타당한지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의문 1) 이렇게 글을 써서 그 답을 찾아낼 수 있는가?

의문 2)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닌가?


1) 불가능하다. 답이 없지만 있을 것도 같은 그럴싸한 질문을 던져놓고, 대답을 못하면 그 사람을 탓한다. 이것은 답이 없는 질문이다. 모르는 것을 더 고민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민의 끝엔 결정이 있는 거지, 그것을 모두가 인정하는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어떤 것을 재밌어하는지, 나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일단 해봐야 한다. 그런데 무얼 해봐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거나 해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포클레인 운전을 배우거나 요리 학원을 다녀? 갑자기 발레 연습을 해? 말도 안 되잖아 그런 건. 나한테 딱 맞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위에서 말한 포클레인 운전과 요리 대회, 발레에 대해 한동안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아무거나' 라고 했을 때 저것들을 외쳤을까. 사실 난 포클레인으로 거대한 삽으로 흙을 퍼서 옮기는 장면을 좋아한다. 아빠랑 길 한가운데서 팔짱을 끼고 도로 보수 작업 중인 포클레인을 한참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지나다가 자전거 길 보수 작업을 하던 포클레인을 구경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포클레인 운전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다.

  6년 남짓 자취를 하면서 절로 쌓아진 기술이 있다면 요리이다. 고추, 양파, 마늘 이런 것들만 가지고도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웬만한 음식에도 저 식재료들을 추가해서 먹는다. 아쉬운 점이라면, 칼질을 못한다.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으로 벽을 만들고, 벽에 칼이 미끄러지면서 재료들을 잘게 썰어내는 그 기술이 부족하다. 그것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걸까. 그래서 요리 학원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걸 수도 있다.

  발레는 생각해보면, 은근 주변 사람들이 많이 했다. 내 동생도 발레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도 특기생으로 발레를 했다.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면 친구들이 너 발레 하냐? 하며 놀리곤 했는데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다. 유연 하단 소리도 조금 들었고, 그래서 갑자기 발레가 튀어나온 것도 같다.


'아무거나' 라고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지금까지 살면서 조금이라도 재밌던 것, 호기심이 생겼던 것들이 아닐까. 완전히 새로운 걸 떠올릴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계가 있고 그 밖에 것들은 머릿속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떠올린 것들은 좋은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아무거나 해봐' 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을 모두 공책에 적어보자. 생각나는 대로 무작정 적어본다. 카페 아르바이트, 해외여행, 아니 더 크게 세계 일주, 통기타를 매고 노래하는 가수가 되어보고 싶다. 첼로 소리가 멋지던데 그걸로 바흐의 첼로 솔로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축구 선수가 되고 싶진 않지만 자전거를 타고 남미 일주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글로 쓰고 영상으로 남긴다.

  생각은 최대한 자유로워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직업으로 가져야 하나, 이런 생각을 지워버리자. 얼마나 하고 싶은지 측량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실제로 공책에 적어보면 상상을 하게 되어서 괜히 기분이 좋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참 축복이다. 상상은 자유니까, 자유롭게 생각해볼 것. 그다음, 우선순위와 현실 가능성을 따져서 범위를 좁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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