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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비수 Mar 20. 2022

뽈찌와 메롱이1

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pencil on paper


나는 작고 귀여운 것을 참 좋아한다.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면, 더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길을 가다 강아지를 보게 되면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나에게도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한 마리는 내 마음과 기억 속에.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집에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세나는 2003년 봄, 우리집에 왔다.

엄마 친구분이 키우시던 요크셔 테리어가 삼남매를 낳았는데 그 중 막내였던 세나가

아주머니의 가슴에 안겨서 현관문을 열고 입장했다.

3개월이던 아기 강아지는 까-만 털에 큰 눈을 부릅뜨고 작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들어왔다.

실버 요키였던 세나는 휘황찬란한 털 색깔의 변화를 보여주며 성장했다.

1년이 되기 전에는 까만 곱슬곱슬 털을 달고 있었다.

한번은 공원에 데리고 나가니, 한 할머니가 "강아지가 파마도 해요?" 라고 물어보신 기억도 난다.

어느새 생머리로 바뀌더니, 금빛, 은빛, 또 검정의 털들이 윤기나듯이 찰랑찰랑 자랐다.

그 털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너무 좋았다.

속 깊은 여자, 세나는 애기 때부터 동네 산보를 자주 했고 그 덕분에 수의사 선생님께서 "진돗개 근육"이란 별명을 붙여줄 만큼 근육질의 민첩하고 활달한 강아지 였다.



 지금도 너무 보고 싶고 그리운 우리 세나... ... .

 5년 전 8월의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났다.

 노견이 되어 잠이 늘고, 기운과 체력이 낮아지긴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세나와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그 날이 어느 평일 출근하기 전 오전이 될 줄은 몰랐다.

 떠나기 며칠 전, 세나는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왔다. 병원에 가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과 수액을 맞고 돌아왔다.

 세나는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서, 키우는 중간 중간 상상임신도 두어번 하고 그랬었는데 그 때문이었나... , 지금도 갑자기 떠난 이유를 알 수 가 없다.

 나와 친하고 가까웠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기억은 사실, 세나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서 도려내진 것 처럼 이상한 기분... ... .

 '그리움, 안타까움, 슬픔, 자책... ... .'

 그 이후로 가까운 누군가의 떠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것이 사람이라면 얼마나 더 할까?

 5년이 흘렀어도 그 아이가 남기고 간 기억들, 따스함은 아직도 내 마음을 흐르고 있는데... ... .

 보고 싶다.


photo by toby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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