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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비수 Sep 10. 2022

조카야, 안녕?

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엄마가 된 언니> pencil on paper


"내 발좀봐. 퉁퉁 부었어."

언니는 시뻘겋게 퉁. 퉁. 부은 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너무 심하다. 병원 가야겠다."

잠시 걱정 섞인 문자를 주고 받은 8월 초. 금요일 오후.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엄마가 평안한 얼굴로 "언니 애기 낳았단다~^-^" 하신다.


그렇게 하루 사이에 '큰 일'이 일어났다.

한 달뒤 이사를 갈 예정이던 언니는,

새집 증후군을 대비해

친정인 우리 집에서 몇 주 지내고 있다.


아직은 이름보다는 태명으로 부르게 된다.

껍질도 다 벗겨지지 않은 부드럽고 연약한 피부로 빚어진 그 생명체는

언니에게는 어여쁜 아가이고, 내게는 조금은 낯설은 조카가 되었다.

아직은 사람같지가 않고 신기하기만 하다.


쬐끄만게 "뿌앵~!" "응애~!" 라며

티비자막에서 보던 그 단어가

실제 사람의 목소리 그대로 진심으로 울려퍼진다.

온 집안이 울리고, 언니는 어쩔 줄 몰라하며 분주해진다.

그래도 그 작은 생명체가

꿈틀꿈틀 움직이며 우리 집 어느 한 곳, 존재한다는 것이

이쁘고 귀엽고 신기하다.



<세월의 햇살> pencil on paper



어느 날은 언니가 잠시 병원에 간 날이 있었다.

집에는 아가, 엄마, 내가 있었고

걱정어린 표정의 초보엄마, 언니와는 다르게

엄마는 너무나 익숙한 몸짓과 상냥한 말로 아가를 달래며 안아준다.


'엄마가 아가였던 언니와 나를 푸른 담요로 안고 소파에 앉아있는 사진을 본거 같은데... ... . '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엄마가 손녀 아가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있다.

수년 전의 그 모습으로.

햇살을 받은 평온한 엄마의 모습이 참 예뻤다.


 따뜻하게 흐르는 세월이

 그곳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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