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마술 가방이 있었다.
투명한 물이 흐르고,
야자수 나무가 자라는
붉은 그 천 가방을
한 짐 가득 둘러메고,
드 넓은 공항을 걸으며
다른 공기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여행의 기술>,
미니 스케치북,
연필... ... .
작은 보물들이 담긴 가방은
비행기 창가 옆
두 다리 옆에 조용히 착석.
햇살이 비치는 순간,
보물들을
꼼지락 꺼내본다.
그 때
구름들이 들어왔다.
투명한 숨결같은
아기의 보드라운 손 같은
그것은 가슴을 뚫고
몽실몽실 부드러운 세계로 날아간다.
그 곳에선
배 속 태아가 되기도 하고
단발머리 소녀가 되본다.
행복했던 시절과
행복한 계절, 온도가 만나
나만의 시간으로 물들어 간다.
어느 덧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이젠
더 이상 아기도, 소녀도 아닌 '어떤 사람'.
난 누구일까?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사라지는 걸까
지금은 어디일까?
가끔은 그 붉은 가방을 메고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