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코인 회사 참교육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꼼마씨, 혹시 제가 잘 이야기했나요? 피드백 있으세요?'
갑자기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강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이 저에게로 쏠립니다. 순간 고민을 합니다. '대의를 위해 전쟁을 할 것이냐, 아니면 숙이고 들어갈 것이냐.' 사실 대의보다 저는 원래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전쟁을 선택합니다. 그래도 전쟁을 벌이기 전에 상대방의 의사도 물어봐야겠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원하시나요? 부정적인 피드백을 원하시나요?'.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세요~'. 네. 전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일단 팩트체크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말해버렸습니다. 전쟁의 신호탄이 터졌습니다. 이제 어떤 전략을 펼쳐서 적을 궤멸시킬 것인지 잘 고민해야 합니다. 일단 첫 번째로는 정찰병을 보내봅니다. '일단 잘못 말씀하신 부분들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짚은 부분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제로는 더 많았는데 별로 재미없으실 것 같아서...)
깃헙이 있다고 스캠이 아니다? → 전혀 아니죠. 수많은 스캠 프로젝트들도 깃헙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볼트의 깃헙을 확인해본 결과, 스캠 냄새가 폴폴 납니다.
익스플로러에 나오면 다 진짜다? → 전혀 아니죠. 익스플로러는 단지 하나의 홈페이지일 뿐입니다. 실제 블록체인의 데이터와 100% 일치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가격이 계속 오른다? → 전혀 아니죠. 이 코인의 가격이 오른다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채굴을 하면 무조건 이득이다? → 전혀 아니죠. 1,100일 동안 내가 받는 비트코인 볼트의 가격이 떡락하면? 채굴 회사가 먹튀를 하면?
정찰병을 보내봤습니다. 상대방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의 눈동자가 커집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인가 봅니다. 본 병력을 보내도 될 것 같습니다. 군대가 출격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하고 있는 건 100%...'
이제 비트코인 볼트, 마이닝 시티, 그리고 이 회사가 하고 있는 행동이 폰지라는 것을 명확히 짚어 줄 타이밍입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1. 마이닝 시티의 다단계
마이닝 시티에 회원가입을 할 때에는 Referrer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그 Referrer는 신규 투자금의 35%를 할당받는다고 합니다. 강사는 이게 엄청나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비트코인 볼트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친절하게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본인을 통해 들어온 회원 그래프를 보여주더라고요. 하지만 이미 얼마 전 다단계 회사에 다녀온(https://brunch.co.kr/@ggomma/189) 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해주신 구조는 100% 다단계와 동일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하실 수 없을 겁니다.'
2. 비트코인 볼트에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
'저는 절대 비트코인 볼트에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누가 가장 많은 양의 비트코인 볼트를 들고 있을까요? 일단 익스플로러를 보면 현재 비트코인 볼트를 채굴하고 있는 단체는 실질적으로 이 곳 하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것으로 유추해볼 때 비트코인 볼트의 대주주는 마이닝 시티, 그리고 이 회사로 파악됩니다. 결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볼트를 구매하거나 소개해주신 클라우드 마이닝에 투자하여 채굴을 진행할 경우 대주주의 배를 불려주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 핵심 부대가 출격을 완료하였고, 적에게 화살과 돌덩어리를 퍼부었습니다. 이제 적의 피해를 파악하며 퇴로를 열어줄 차례입니다.
'코인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저는 절대 이 코인을 사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 코인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든지, 오를 것이라든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코인 가격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단지 제 의견을 물어보셔서 제 생각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정적이 흐릅니다. 말이 끝났지만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승리했다는 신호겠죠.
'근데 저희는 이 코인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회사에 소속된 다른 강사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듯 이야기합니다. '오!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하.. 감사라뇨. 제가 감사하죠.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었는데요. 여기까지는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날 일이 없었죠.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강사들의 말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마지막에 던진 '코인 가격은 아무도 모릅니다'에 대한 꼬투리를 잡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왜 본인들이 이 비트코인 볼트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근데 참... 그 근거가 굉장히 재밌습니다.
'이건 진짜 아니잖아. 썩어빠진 대한민국'
여기서부터 '강사'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한 내용은 제 내면의 분노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허탈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물론 그들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근거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들은 회사를 움직이는 '회장'의 인맥과 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경찰청 사람과 술을 마시며 나눈 이야기, 아직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정부 정책 등을 본인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이야기해줄 수는 없지만요. 그냥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돈 많아. 인맥 많아. 정보도 많아. 그냥 우리 믿고 해'.
'인플루언서 블록체인 교육'을 빙자한 이 모임은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인플루언서가 본인의 인스타, 블로그 등에 이 회사를 홍보하게 만들고, 그 홍보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을 다단계로 끌어들인다는 것이죠. (우리가 아는 '상품' 다단계는 상품이라도 남지만, 이 코인 다단계는 남는 것이 전혀 없어요. 그냥 돈과 전기만 낭비한 것이죠.) 그리고 이 회사는 리스크가 전혀 없습니다. 회사를 홍보한 것은 인플루언서라는 개인이고, 본인들은 그저 홍보를 통해 온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고 같이 투자만 했을 뿐이니까요. 결국 그 회사가 그 회사라는 것은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언론에서 듣고 보기만 했던 블록체인 다단계 사기판에 들어가 보니 화도 나고,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열심히 일해 모은 돈이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이. 물론 이런 모든 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어렵게 모은 돈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혹은 누군가를 믿고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책임은 본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