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6년째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라디오PD입니다. 동시에 영화보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광이구요. 무엇보다 올해 열살난 여자아이의 엄마입니다. 부모라면 아마도 아이가 자라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꿈을 꿔보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타기를 좋아하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해보고, 야구팬 부모라면 아이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목청높여 같은 팀을 응원하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터질 것 같겠지요. 둘다 영화광인 저희 부부도 아이가 말을 겨우 알아들을 때부터 극장에 같이 가는 꿈을 실현했는데요. 우리가 어릴 때 봤던 <ET>가 재상영될 때 아이와 함께 관람했던 날의 기쁨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관람가가 가능한 영화라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을 뿐더러, 어린이 영화로 개봉하는 많은 영화들이 솔직히 부모의 눈높이로 보기에는 너무 지루해서, 상영시간 내내 자다 나온 적도 많다는 사실을 고백해둡니다. 아이가 미취학일 때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어린이용 만화들도 충분히 재미있어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이해의 수준은 어른이 보는 드라마를 같이 볼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나 영화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들어가 있어서 같이 볼 수 없을 때가 많지요. 이런 요즘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한 좋은 영화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습니다. 한편, 어린 시절 우리가 보았던 추억의 어린이영화들을 VOD로 아이와 같이 보려고 틀었다가 당황했던 경험도 있는데요. 예를 들면 전설적인 히트작 <인디아나 존스>의 경우에도 몇십년이 지나 지금 다시 보니 원주민에 대한 묘사가 백인의 시각에서 선정적이고 편견있게 그려진 느낌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시대가 변한 것인지, 저의 시각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요. 역시 <쥬라기월드> 같은 블럭버스터 영화도 매우 잘 만든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대중영화로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이나 도식적인 선악 구도 등이 부모의 눈에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한 편의 잘 만든 '오락영화'일 수는 있어도 '좋은영화'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른을 위한 영화소개 프로그램이나 정보는 인터넷에 쏟아지는데, 아이들을 위한 영화들의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특별히 어렵고 학구적인 영화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로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좋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 금상첨화인 그런 영화 말입니다. 영상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영상문화를 보게 해 주는 것도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