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장소를 따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학교'란 정말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공부나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는 좀 유별난 아이 취급을 받기도 하지요. 친구들과 뛰어놀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일어나 몇시간이고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학교란 곳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을 거에요.
하지만 넓디 넓은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그런 학교에 마냥 가고싶어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 우리 아이들도 알까요?
고산지대로 잘 알려진 중국 남부의 윈난성 지방에 살고 있는 남매 '나샹'과 '와와'. 아빠는 도시로 돈벌러 나가시고 편찮으신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지만 둘은 우애있고 씩씩하게 자랍니다.
하지만 남동생 와와의 단 하나의 불만은 누나만 학교에 다닌다는 건데요. 남매의 집 바로 옆을 세차게 흐르는 협곡 '누강'에는 사람이 건너는 다리가 아직 놓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아이들은 위험천만한 일종의 짚라인을 타고 강을 건너 학교에 가야 합니다. 엄마는 아직 어린 '와와'에게 강건너기를 금지했기 때문이에요.
혼자몸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농사까지 짓는 엄마 자신도 과거의 위험했던 경험 때문에 강을 건너지 못하고, 그저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오직 가족중에 씩씩한 누나 '나샹'만이 강을 건너 학교도 가고 엄마 심부름도 합니다.
집에서 누나 어깨 너머로 공부를 배운 똑똑한 와와는 혼자서 짚라인도 탈 자신이 있고, 학교에 가서 공부도 잘할 자신이 있지만 강을 혼자 건너면 안된다는 엄마의 불호령 때문에 도대체 언제나 학교를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의 작은 학교엔 도시에서 견습선생님이 부임해 오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당찬 선생님은 마을에 작은 변화를 하나씩 가져오게 됩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협곡 사이로 줄을 타고 학교를 간다는 윈난성 아이들의 이야기는 실화에 기초를 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시골의 작은 마을까지 다리가 건설되기 전의 일인데요. 책보자기를 등에 단단히 맨 채, 줄을 타고 학교를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이 몇리 길을 걸어서 학교 다니시던 어렵던 옛시절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더욱이 카메라가 담아낸 윈난성 차마고도 지방의 깎아지른 협곡 풍경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답게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데, 이런 천혜의 자연속에 사는 아이들의 형편이 참으로 애처롭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협곡 옆으로 집을 짓고 살아온 소수민족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그림처럼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황량한 곳에서도 꽃은 피듯이 어린 아이들의 웃음과 장난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피어납니다.
이 영화는 제13회 중국영화화표장, 제18회 금계백영화제 등에서 우수아동영화상, 신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주연 어린이 배우들은 직업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 직접 현지 소수민족 속에서 발탁한 어린이들이라고 하니 놀랍지요? 그래서인지 천진난만하고 때묻지 않은 미소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영화에는 매우 슬프고도 안타까운 내용이 담겨있어 어른들의 눈시울을 적시는데요. 척박한 현실속에 살아가야 하는 삶의 냉정함을 과장없이 담담하게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에서 오히려 따뜻함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에게도 진한 여운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먼 시골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도 들어보기 힘든 세대이지요. '학교', '배움'에 대한 개념이 겨우 몇 세대만에 참으로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학교라는 곳, 배움의 소중함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것을 넘어서 오히려 소용없는 것이나 귀찮은 것쯤으로 치부되고 있진 않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들이 학교와 배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우리의 모습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는 <와와의 학교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