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꼬Ma Dec 12. 2018

(傳染病)염병_1

꼬꼬마의 글공간



난 널 원한다
혹은 원하지 않는다
참 모순이지
편안한 길이 있음에도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바보스럽지 날 원함에도 그곳에 들어가는게 불안해
궁금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몰라
모르니까 자꾸 그 해답을 찾으려고 자신에게 끝없이 물어봐
불안해 도달해야 하는 것은 끝없이 많은데 정답은 없어
그것이 만족이든 아니든 결국 자기 위로 수준에서의 판단 정도니까
잃기는 싫어 그렇다고 손아귀에 쥐고 코딱지 굴리듯 가지고 노는 것도 싫어
무슨 형태로든 장난감 로봇을 맞추듯 적당히 완성해 놓는 그런 결과물도 싫어
그럼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모름에도 생각에 꼬리를 물으면서 무엇인가 정답을 얻은려고  발버둥쳐
그리고 혼자 괴로워해 누군가는 자신이 생각이 깊은 타입이라 자위하며 타인에게 동정을 바랄 수도
그렇다고 자신이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야
그냥 적당히 짜맞춰져 심리 책에나 나오는 그런 적당한 부류들의 인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인간임을 바라겠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아니 애초에 원한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타인에게서 정답을 얻길 바랬던 것일지도
내가 찾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을지 기대했던 것일지도
가끔 술을 마시고 길을 걸으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어
불안했어 무서웠어 혹 이대로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과부하로 생각의 기둥이 무너져 버릴 것 같았어
산다는 것의 의미 혹은 이유
삶이라는 것이 주어진 이유
인생이라는 심오한 이유
그게 없다면 산다는 것이 되려 지옥일 수 있잖아
나의 생각이 타인의 생각을 어쩌지 못해
타인의 생각이 나의 생각을 어쩌지 못해
그렇다고 검증이라 위안 삼은 보편적인 진실이라 말하는 것들도 결국 모두의 생각을 어쩌지 못해
수없이 많은 퍼즐에서 조각 하나를 골라 자신은 그런 타입이라고 사회의 일원이라고 안심해
그러면서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라고 착각해
참 모순이지
사랑이라는 것을 심오한 인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사랑이라는 것을 단순한 성적 욕구라 생각할 수도
신이란 실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일 수도
신이란 허구 속 존재라고 믿는 것일 수도
결국 본인의 입맛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지 진실이라는 것은 실체가 불분명확하니까

달려가야 할 목적지가 필요해
허무를 향해 달려간다면 달릴 이유조차 허무할 테니까
그래서였을꺼야
당신이라는 존재가
사랑이라는 단어가
우왕부왕 하는 그런 광적인 목표가 되어주길 바랬으니까
그렇다고 결코 당신이라는 존재가 떠나간 것이 이유는 아니야
결국 정답 자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형태도 아닐 것이고
어떠한 의미를 띄고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타인이 정하는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어
결국 정답이 아닌 허무를 쫓아 허무에 도달했고
나는 또다시 누군가들이 정답이라 정해놓은
허무를 더 미친 듯이 쫓아가야 했어

나는 지쳤다고 말해도
나는 힘들다고 말해도
오답이라 말하는 것은
분명 내가 틀린 것일까
당신이 틀린 것일까

나는 당신을 원해 아니 원하지 않아
당신은 나를 원해 아니 원하지 않아
나는 죽고 싶어 아니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살고 싶어 아니 살고 싶지 않아
바라든 바라지 않든
결국 나도 본인 입맛에 맞게
그때그때 상황을 외곡시키겠지

매일 자신에게 물어봐
'너는 왜 살고 있니?'
어떠한 목표를 위해
어떠한 의미를 위해
무엇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가치를 위해
무슨 근거를 가지고
어떤 것에 닿으려고

괴로워도 힘들어도
혼자 울면서
혼자 미친 듯이 견디며
이곳에 남아있는거니?

생각이 죽어가기 시작하자 몸을 죽여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기댈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 변질되었던 걸지도
그렇게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퇴근을 하면 제일 먼저 술이 있나 확인했다.
신발장 옆에는 버려야할 빈 소주병들이 가득했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나면 곧바로 소주가 채워져 있는 병이 있나 냉장고를 열었다
술이 있으면 안심했고 술이 없다면 곧바로 밖으로 나가 소주를 사왔다
항상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병을 다 비워야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가족과의 단절,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한 혐오 같은 거부감, 온갖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오래 앓다가 우연히 마신 소주에 깊은 잠을 잔 이후부터 그게 매일 소주 한병이 되기까지 아마 최근 삼년정도의 시간 동안은 열흘 정도만 빼 놓은 다면 매일 술을 마셨을 것이다
'이런 염병할...'
티비를 틀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뉴스에서 멈췄다
세상 사는 이야기들은 어렸을 적 생각했던 꿈같은 그런 곳이 아니다.
'여기도 염병 저기도 염병'
정치꾼의 타락 이야기, 불륜, 사고, 사망, 범죄, 자살 끝도 없이 세상의 부정을 가십거리인양 온 세상에 떠벌려진다
본인의 처지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일조차 지랄 같은 기분으로 다가오는 현실은
오늘을 타인이 그토록 간절히 바랬을 하루라던가 뭐라던 시한부의 말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자신은 자신일 뿐이였다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보니 본인의 하루하루를 누군가가 그토록 간절히 바랬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부모에게 혼났는지 한참을 조용하다 다시 울려대기를 반복했다
밥상을 살짝 옆으로 보내고 비스듬히 티비를 보며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뉴스에서는 대스타의 자살 소식을 방송했다
그는 과연 무엇 때문에 힘들었을까
왜 그를 그런 극단적인 우울증을 앓도록 내몰았을까
대스타를 죽음으로 내모는 우울증의 심각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방송에서는 그의 죽음과 연관된 많은 상황들과 단어들을 연이어 특집인 양 떠들어댔다
'이런 염병, 쯧쯧'
티비를 끄자 방안은 잡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모든게 학습되어온 두뇌의 인지는 허무에서 시작되어 죽게 되면 다시 허무로 돌아갈까
그렇다면
내가 이루고 있는 것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
내가 관계하고 있는 것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
부질없이 모두 허무로 돌아가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 왜 살고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性)그의 취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