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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Dec 28. 2018

(傳染病)염병_2

꼬꼬마의 글공간



외로웠다. 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자주 만나지 않았다.

본인은 외로웠지만 주변은 외롭지 않은 것 같았다. 이십의 중반을 넘어가자 주변은 모두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시간을 보내기에 바빴고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더 이상 지인들과 술한잔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러는 동안 통장의 잔고는 계속 쌓여갔고 방이 세개 있는 아파트 삼층으로 이사를 왔다.
윗집에서는 자주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것인지 처음에는 홀로 티비를 보며 소주를 마실 때마다 지진이 나는 듯한 울림에 짜증도 났지만 금세 적응이 되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아홉시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쿵쾅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아 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밥상을 치우고 소주병을 신발장 옆에 가져다 놓았다.
'하나... 둘... 셋.... 넷...'
다니기 힘들 정도로 병들이 입구에 쌓이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소주병을 세었다.
주말에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매일 일하는거 외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해 이렇다 저렇다 할 취미 같은게 없었다.
티비를 보며 넓은 거실에 누워 저녁이 될 때까지 뉴스 채널만 찾아보다 저녁 먹을 때가 되면 소주 한병을 꺼내와 깔끔하게 비우고 잠이 들었다.
가끔은 몸서리치게 외로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칼을 들고 쫓아오는 듯한 두려움처럼 가슴이 뛰고 답답했다.
그럴 땐 소주 한병을 비우고 홀로 울다 잠이 들곤 했다.
휴대폰은 반장 외에는 연락 오는 곳이 없었다.


가족은 서로에게 소홀했다. 어렸을적 부모는 자주 싸움을 했고 아버지는 점점 폭력적인 인간이 되었다.
어머니에게 대하는 거친 손찌검이 늘어났고 그 다음으로는 자신에게 까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갖은 욕설과 외모를 지적 당하며 폭력을 당했고 아버지가 술에 떡이 되어 잠이 들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모자는 서로의 나약함에 서로를 의지하지 못하였고 성인이 되는 순간 아버지와 심한 다툼을 하고 집을 나온 후 서로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몇번은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였지만 아버지를 감싸는 모습에 가족에 끈을 놓으리라 다짐했다. 집을 나와 처음에는 노숙을 하며 공사장을 다녔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이리저리 걷기만하다 저녁이 되면 공원 화장실에서 잠을 잤고 날이 밝으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눈에 보인 것이 인력사무소였다. 삼일 동안 번 돈으로 한달에 15만원하는 허름한 고시원을 잡았고 세 달 동안 일한 돈으로 조금의 보증금을 주고 원룸에서 월세를 살았다.
공사장 인부들의 텃새는 심했다.
가는 곳마다 자신의 외모를 지적질 해대기 바빴고 젊은 놈이 무슨 연유로 매일 공사장을 다니냐며 궁금해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적당히 맞춰주는 것 없이 무표정으로 대답을 안하거나 단답형의 짧은 예, 아니요로만 대답했다.
누군가와 친해지지도 않았고 그럴 기회도 만들지 않았다. 남의 오지랖이 귀찮았고 짜증났고 그렇게 생긴 화는 남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쌓였지만 모두 자신의 마음속으로 잠겨갔다.


일이 끝난 후에 인부들이 서로 소주 한잔하자며 권유해도 한번도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도 이쁨을 받지 못했지만 삼일동안 일하게 된 공사장 현장의 감독관 반장의 생각은 달랐다.
곁눈질로 건너건너 배운 기술로 이것저것 시켜도 척척 해내었고 누구보다도 빠르고 열심히 일했다.
일이 끝나고 인부들이 줄을 서서 그날의 일당을 받았다. 반장이 그를 불러내어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야! 내일부터 인력사무소 가지 말고 여덟시에 곧바로 여기로 출근해"
"예"
아무런 의문도 제시하지 않고 짧게 대답한 후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아마 원룸에서 살때 쯤일 것이다.
공사장에서 반장의 조수 같은 역할을 하였다.
하루 종일 무거운 벽돌을 나르거나 삽질만 하게 되지 않아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기술을 요하는 작업에 반장은 항상 그를 옆에 끼고 요령에 대해 알려주었다.
반장의 입에는 항상 담배가 물려 있었다.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불을 붙여 뻐끔뻐끔 연기를 뿜어댔다.
다 피고 난 후에는 불을 붙여 피우지 않더라도 다시 새 담배를 입에 물고 다녔다.
반장은 과묵했다. 일하는 동안 사적인 질문이나 수다를 떨지 않았고 일을 가르쳐주는 대화 외에는 항상 말을 아꼈다.
인력사무소에 가지 않고 곧바로 공사현장으로 출근한지 삼일째 되던날 일을 마치고 마지막 순번으로 그가 일당을 받을 때 반장은 말했다.
"내일 이력서 한통 가져와라 그리고 같이 밥 먹으러 가자"
반장은 그의 어깨를 잡아 끌었고 그 뒤로 같이 일하던 인부 세명이 함께 오래되어 보이는 삼겹살 집으로 들어갔다.
삼겹살이 눈 앞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반장은 그에게 술을 권했다. 처음 마신 소주는 너무 썼고 인상을 찌푸리자 같이 밥을 먹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반장은 말없이 삼겹살을 구우며 혼자 소주를 따라 마셨고 그의 술잔이 비면 술을 따라주었다. 다른 일행들은 서로 가족 얘기를 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가 그 자리에서 말한 거라고는 몇번의 예라는 대답 밖에 없었다.

자리가 끝나고 몇잔을 먹었는지 모르게 비틀거리며 원룸에 들어갔고 그날은 너무 편하게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은 출근하지 못했고 그게 휴대폰을 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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