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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터 Feb 01. 2023

나는 무슨 색인가요?

inspired by 그림책 <처음에 하나가 있었다>

"나는 무슨 색인가요? 파란색인가요? 아니면 보라색인가요?"


아이가 거울을 보고 물었어. 거울이 대답했지.


"너는 어떤 색이든 될 수 있단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바라던 답이 아니었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색인지 분명하게 알고 싶었거든. 그래야 비슷한 색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 테니까.

온통 주황색인 곳에 혼자 파란색이어서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어.


"나도 내가 대충 어떤 색인지는 알아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으니까요. 나와 잘 맞았던 사람들의 색을 알고 있어요. 나는 내가 초록이나 분홍 계열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거울은 아이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같은 대답을 고수했지.


"너는 어떤 색이든 될 수 있단다, 아이야."


아이는 화가 나 문을 뻥차고 나가버렸어. 거울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거울은 색이 없으니까 괜히 샘나서 저러는 게 분명해! 내 색은 내가 찾아 나서겠어!"


아이는 씩씩거리며 집밖으로 나갔어.

아이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단다. 거울은 앞에 선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노란색도 되고, 파란색도 되고, 갈색이나 분홍색도 되어보았으니까. 그랬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게 있었어.


거울은 자신의 색을 찾아 떠난 아이가 언젠가 닿을 장소에 대해 흥얼거렸지.


“그래. 너는 '지금'은 파란색이지. 하지만 노랗고 따스한 햇살 아래서는 녹색이 될 거란다. 그러니 그 색을 품은 길가의 들풀들과 보폭을 맞추어 함께 걸어가렴. 그렇게 걸어가다 나무 그늘 아래에 들어가면 어두운 남색이나 감색이 될지도 몰라. 그러면 깊은 바다 속에 있는 물고기나 밤하늘 아래 새들과 함께 춤을 추렴. 눈이 잔뜩 내리는 추운 곳에서는 얼어붙은 하늘색이 될 테니 하얗게 남은 친구들을 안아주고. 넘어져서 다치면 보라색이나 붉은색에 물들 테니, 그 색을 품은 연약한 꽃들을 보듬어주렴. 그럴 수 있다면 너는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다채로운 세상에 품어지게 될 거야. “











<작업 노트>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것은 항상 경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들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화사하게 섞이는 게 정말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 학교에는 정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었다. 여러 배경의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동양 계열의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대화할 때 가장 편안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험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처럼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하지만 그렇게 '우리'라는 것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색이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천재지변 같은 사고를 당하거나 나이가 들어 교통 '약자'가 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외국에만 나가도 '소수자'가 되는 것은 금방이다. 그처럼 자신이, 혹은 가까운 이가 언제든 어떤 색이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색만큼의 가치를 '그들'의 색에게도 부여하고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고통을 조금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같은 주제'로 작업한 < #노들리에 > 소속 작가님들의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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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kih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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