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고속도로. 매연이 옅게 내려앉은 잿푸른 날.
콘크리트 길을 달려 나가는 파란 트럭 위로 네모 반듯한 닭장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혹시나 떨어질까, 두터운 방수천으로 감싸 굵은 고무끈으로 칭칭 둘러놓았다.
하지만 천과 천이 채 겹치지 못해 벌어진 틈으로 바깥이 보였다.
손바닥만한 장에 갇힌 닭은 벌어진 틈새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네모 반듯한 도시를 눈에 담고 있었다.
'너희도 우리와 똑같구나.'
유리같이 반질한 새의 동공에 인간들이 사는 곳이 비쳤다.
'아슬하게 쌓아 올려진 좁은 장에 꾸역꾸역 구겨 넣어진 꼴이 썩 다르지 않아.'
닭은 멍하니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이 손바닥만한 세상밖에 알지 못하는데, 너희는 과연 그 이상의 것을 알고 있을까.'
그런 것이 조금 궁금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작업 노트>
책 속의 사람들은 꽤 똑똑하다. 무려 '도축'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기 위해 대책 회의도 열고, 계획안도 만들고, 돼지의 특성을 공부하며,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도 준비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요리를 위해 불을 붙이는 순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며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진정' 아는 것 사이에는, '문'자 안에 있는 지식과 '문'자 밖에 있는 지식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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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같은 주제'로 작업한 < #노들리에 > 소속 작가님들의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amsaja
https://brunch.co.kr/@kihei
https://brunch.co.kr/@g2in0
https://brunch.co.kr/@leeyoung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