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스터 Feb 27. 2020

봄의 색 - 주황2


-토독 토도독 

땅을 가볍게 두드리는 그것은 봄을 깨우는 라미의 발걸음 소리다. 

옅게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풀내음과 젖은 흙냄새에 바분이 게슴츠레 한쪽 눈을 떴다. 살랑이는 커튼에 따스한 봄의 색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늘어지게 하품을 한 바분이 침대에서 조금 더 꼼지락거리다 이내 육중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몇 달을 기절한 듯 자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찌뿌둥하다. 

어서 나가서 좀 걸어 다녀야겠다. 

마음먹은 바분이 아직은 차게 느껴지는 초봄의 공기를 뚫고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 눈앞에 가득 쏟아져 내린 것은 어느 봄날의 포근한 햇살. 새의 경쾌한 지저귐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모두의 조잘거림이 기분 좋게 귓가와 가슴을 간질인다.  

졸음기가 살짝 남은 눈가를 비비며 바분이 이리저리로 시선이 돌렸다. 그때 누군가가 그의 다리를 톡톡 두드려왔다. 고개를 내린 바분의 눈에 라미가 들어왔다. 

"잘 잤는가, 바분. 올해도 그대가 꼴찌라네." 

라미의 다소 짓궂은 봄 인사에 바분이 호탕하게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 라미를 안아 들었다. 

"그대가 너무 일찍 일어난 게지. 봄에는 늦잠을 좀 자도 된다네." 

"누가 보면 평소에는 일찍 일어나는 줄 알겠어." 

라미의 작은 키득거림에 바분도 따라 말갛게 웃었다. 







©아스터







*노들섬에 위치한 '노들서가'에서 <봄의 색>을 주제로 3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전시될 작품 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오시면 본 작품의 원본과, 글과 그림을 함께 하시는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구경 가능하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봄의 색 - 주황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