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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터 Feb 19. 2020

봄의 색 - 주황1


"아우 추워라." 

라미가 솜털 같은 손으로 옷깃을 여몄다. 입에서는 새하얀 입김이 터져 나온다. 

라미는 긴 막대기를 들고 거리에 홀로 서 있었다. 

누구의 기척도 들려오지 않는다.  

마치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적막함. 

어둠 속에서 한 번 부르르 떤 라미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서 가로등을 밝혀 모두를 깊은 겨울잠에서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라미가 길을 따라 주욱 늘어서 있던 나무 중 하나에 다가섰다. 그리고 들고 있던 막대기 끝으로 나뭇가지를 툭 건드렸다. 

-화악 

막대가 닿은 곳에 꽃봉오리 모양의 불꽃이 일자 그 주위로 따스한 빛이 번져나간다. 온통 푸르고 검던 세상에 색채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이같이 발랄한 빛으로 피어난 그곳의 시간만이 깨어나 시야를 밝힌다. 

라미의 새하얗던 볼에 붉은빛이 물들었다. 어쩐지 즐거워진 라미는 계속해서 가로등을 밝혀나가며 흥얼거렸다. 


거세게 번져라, 드넓게 퍼져라 

파문에 이는 잔영처럼 흐드러지라 

무채색을 몰아내고 천지를 집어삼킬 

찬란한 봄의 색이여 


<봄의 색 - 주황2로 이어집니다.>






©아스터







*노들섬에 위치한 '노들서가'에서 <봄의 색>을 주제로 3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전시될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입니다. 오시면 본 작품의 원본과, 글과 그림을 함께 하시는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도 구경 가능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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