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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 lee Jun 23. 2020

투박해도 괜찮아... '소리꾼'에 담긴 진심들

판소리의 권선징악과 '신파'가 영화로... 소통 가능성 충분




구전 혹은 소수의 명창 덕에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소리는 분명 우리의 재산이다. 장터에서 판을 깔아놓고 목청껏 부르던 소리는 태생부터가 대중과 호흡하고 그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생기를 더해왔다.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이런 판소리는 대부분 권선징악 그리고 신파성이 짙기 마련이다. 대중에 호소하기 쉽고, 대중이 다가가기도 쉽다. 


오는 7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은 판소리 그 자체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다. 등장인물 또한 심학규(이봉근), 청이(김하연)다. 여기에 학규의 아내 갓난(이유리), 고수(박철민) 등이 등장한다. 뮤지컬 영화처럼 대사와 노래가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진다.  


신파성 그리고 권선징악 주제는 사실 한국영화가 오래 전부터 다뤄왔고, 현재는 그 진부함에 벗어나려 하는 게 흐름이기도 하다. 눈물을 자아내는 여러 휴먼드라마, 멜로 영화들도 최근 들어서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선이 이기고 악은 벌을 받는 주제를 설령 전한다 해도 이야기에 감춰놓거나 장르적 특징을 강화해서 보다 세련되게 풀어놓는 게 다반사였다.


그래서 <소리꾼>의 등장에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심청가와 춘향가를 재료 삼아 영화 곳곳에 풀어 놓는다. 약간의 변주를 거쳤지만 이야기 또한 결국 남을 돕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람이 이긴다는 보편적 주제를 전하고 있다. 혹시 이 영화 뻔해도 너무 뻔하지 않을까. 


답부터 말하면 그 뻔함에 충분한 설득력과 뭉클함이 있다. 실제 명창인 이봉근이 영화 곳곳에서 이야기 속 이야기를 전하고, 액자 구성으로 그 이야기가 화면으로 구현된다. 조선시대 영조 10년을 배경으로 인신매매와 수탈이 횡행해 갓난이와 청이 마저 그 피해자가 되어버린 사건을 골격으로 삼고, 봉근이 이들을 찾는 여정과 그 여정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이 소리판을 여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뻔함'에 설득력과 뭉클함을 녹였다

 


▲ 영화 <소리꾼> 관련 사진. ⓒ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약점이라 치면 강한 신파성, 그리고 다소 매끄럽지 못한 연기톤 정도겠다. 이런 요소가 영화를 투박하게 느껴지게 하는데 사실 중후반으로 갈수록 이 영화에 짙게 깔린 진정성의 힘이 그런 약점을 가린다.


대학생 때 영화를 전공하다 <서편제>를 보고 <회심가>라는 단편 시나리오를 써냈던 조정래 감독은 20년 넘게 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가 이제야 영화로 만들게 됐다. 판소리 동아리 활동을 오래 해오며 소리에 조예 또한 깊기에 <소리꾼>은 감독이 어쩌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았을까 싶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등도 이야기 자체에 신파성이 강하긴 하다. 등장인물의 삶이 좀 더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이런 보편타당성을 강한 신파성이라 폄훼만은 할 수 없다. 대중이 느끼는 감동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정성과 세련됨이 작품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조정래 감독은 <소리꾼>의 주인공은 소리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봉근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틈틈이 전하는 노래에 깊이감이 상당하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청이 역인 김하연의 노래와 고수 역인 박철민의 추임새가 영화적 감동을 위한 좋은 촉매로 작용한다. 갓난이의 이유리 또한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려냈으며, 몰락양반 역의 김동완은 중후반부까지 이야기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 돼 잘 받쳐준다. 뻔하고 투박할지언정 이 영화는 즐길 만한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한줄평: 클래식은 역시 클래식
평점: ★★★☆(3.5/5)


             

영화 <소리꾼> 관련 정보


감독: 조정래
출연: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박철민, 김동완, 김민준
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
배급: 리틀빅픽쳐스
상영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개봉: 2020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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