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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태의 시네마틱 Jul 21. 2017

"굿바이, 셜록"...<셜록> 10주년, 볼 수 있을까

<셜록> 시즌4를 돌아보며

'고기능 소시오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셜록>의 시즌4도 마무리됐다.ⓒ BBC


시즌이 이어질수록, 피로감도 짙어지는 법이다. 캐릭터의 일관성도 살려야 하고, 관계도는 더 복잡해지며, 그 캐릭터들의 등/퇴장이야말로 시즌이 계속될수록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중대사일 것이다. 다량으로 구비(?)된 원작이 존재한다면 그나마 수월하지만, 그 원작을 현대화해야 하는 경우는 또 얘기가 달라진다.

영국 BBC One의 인기 TV 드라마 시리즈이자 KBS가 방영 중인 <셜록> 역시 그러한 고민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코난 도일경의 <셜록 홈스> 원작 속 셜록 캐릭터를 현대판 '고기능 소시오패스'로 탈바꿈시킨 것이 극의 요체긴 했지만, 그 매력을 유지하려면 여타 극적인 동력이 필요한 법이다.

시즌4까지 이어온 성공, 그리고 닥쳐 온 극적 피로감
  

<셜록> 최대의 재미는 바로 주인공인 셜록 홈스와 존 왓슨의 '케미'에서 나온다.ⓒ BBC


물론 시즌 초중반은 그 동력들이 전 세계 팬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큼 매력적이었고, 또 제대로 먹혀들었다.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과 존 왓슨(마틴 프리먼)과의 콤비 플레이와 감정적 교류는 여전히 명불허전이었고, 원작을 에피소드별로 현대화한 설정들 또한 세련된 영국 드라마로서 손색이 없었다.

짐 모리아티(앤드류 스콧 분)와 같은 셜록에 필적할 만한 악당들의 존재도 매력적이었고, 스피디하고 아기자기한 데다 감각적이기까지 한 화면 구성은 19세기 원작의 완벽한 현현화로 상찬을 받을 만했다.

무엇보다, 매 시즌 이른바 '클리프 행어'(Cliff Hanger)라 일컬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끝을 맺고 그에 걸맞은 전을 내놓는 형식은 새 시즌을 기다리며 전 시즌을 복기하는 마니아들의 낙과도 같은 설정이었다.

시리즈의 제작자 스티븐 모팻과 공동 작가 마크 게티스가 창조한 이 새로운 <셜록> 시리즈는 셜록을 주인공으로 삼고 존을 여성 캐릭터로 변모시킨 '미드' <엘리멘트리>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고, TV판 스페셜 에피소드인 <셜록: 유령신부>가 극장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하며 <셜록>의 대중성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영드'의 극장 개봉 자체와 더불어 유례없는 성공이었다.

앞서 시즌3은 짐 모리아티의 부재를 존의 아내가 된 메리(아만다 에빙턴 분)의 존재와 과거사의 반전으로 채웠고, 그에 앞서 살인자가 됐던 셜록의 명예 회복을 적절히 배치했다. 그 사이 존과 메리의 결혼을 통해 오히려 셜록과 존 사이의 애틋함을 강조하는 결혼식 에피소드를 배치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리고 2년의 기다림 끝에 시즌4가 당도했다. 시즌1로부터 7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은 할리우드가 데려간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제작진은 지속해서 "배우들의 스케줄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갈수록 후속 시즌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어찌 됐건, <셜록> 시즌4는 팬들에게 지옥과 천국행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을 맛보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앞서 언급한 반복되는 시리즈가 잉태한 여러 피로감을 노출하기에 충분했다.

팬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운 듯한 시즌4 
  

<셜록> 시즌4는 에피소드1에서의 무리수를 2화와 3화에서 봉합하는 흐름을 취했다.ⓒ BBC


시즌4 1화 '여섯 개의 대처 상(The Six Thatchers)'에서는 메리가 퇴장했다. 2화 '병상의 탐정'(The Lying Detective)에서는 원작에서도 등장했던 악당 컬버튼 스미스(토비 존스 분)가 활약하는 동시에 셜록의 감춰졌던 동생인 유로스가 반전의 키로 등장했다. 그리고 3화 '마지막 문제'(The Final Problem)에서는 유로스와 대결하는 셜록과 존, 마이크로포트의 활약이 펼쳐졌다.

일단 1화는 메리가 급작스레 죽임을 당하면서 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미 시즌4가 꽤 어두운 분위기에서 전개될 것이 예고된 바 있지만, 반전 아닌 반전에 1화 직후 분노(?)를 표출하는 전 세계 팬들의 항의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해 2화는 고전적이면서 강력한 악당과 역시 친숙한 셜록의 활약, 그리고 시청자들을 '녹다운'시킨 유로스의 등장은 1화의 충격(?)을 완충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3화. 유로스와 벌이는 두뇌 게임은 확실히 <셜록>이 왜 그간 팬들을 흥분시켰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5년 전 회상으로 모리아티까지 출몰시킨 제작진은 본래 장기인 회상 신부터 셜록의 추리 장면, 그리고 또 하나의 시공간까지 직조해내며 매력적인 구성력을 뽐냈다.

비록 유로스와 관계된 셜록의 가족사가 그리 납득할 만한 성질의 설정은 아니었지만, 후반까지 추리범죄드라마로서의 매력은 충만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시즌이 전개될수록 확실히 독해지는 캐릭터들과 극적 설정은 시즌4가 던져 준 매력이자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클리프 행어' 설정에 익숙해진 팬들을 만족하게 할 또 다른 강한 설정을 가져와야 하는 제작진의 숙제 말이다. 물론 거기까지 우리가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다만, 반복되는 피로감을 또 견딜 수 있겠느냐는 분명 제작진도, 시청자들도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지점들은 아닐는지. 완성도와 반전의 강도를 떠나, 시즌4는 분명 그러한 피로감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셜록>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영드' <셜록> 시즌4는 상반된 평가 속에 마무리됐다. 우리는 다음 시즌을 볼 수 있을까.ⓒ BBC


메리의 죽음은 결국 셜록과 존의 관계를 파국 직전으로 몰고 갔다 회복하는 과정을 위해 필요했다는 오해를 받을 만했다. 그사이 이미 죽은 모리아티에 대한 흔적들이 '떡밥'으로 드리워졌고, 셜록의 숨겨진 가족사와 연관된 유로스의 존재가 주목받았다. 그러면서 2화의 컬버튼 스미스의 매력은 한 회 안에서도 반감되어 갔다.

결국, 3화의 강력한 반전과 한 시즌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극의 구조는 더 강한 자극을 해야 하는 법이다. 3화에서 뜬금없이 불려 나와 셜록에게 사랑 고백을 강요당하는 몰리의 존재를 보라(<셜록> 역시 여지없이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하고 소비하곤 한다). 셜록과 존의 관계만이 도드라지는 가운데, '고기능 소시오패스' 셜록의 활약은 어느 순간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셜록의 "감정"이 중시된다. 이를 강조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해야 한다. 시즌 초반, 셜록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쾌감을 느끼는 소시오패스였다. 하지만 갈수록 제작진은 셜록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돌아봐야 하는 인간으로 성숙(?)시켜 나가고 싶어 한다.

거기서 끊임없이 여타(여성) 캐릭터들이 소비되고 퇴장하며, 악당들의 매력은 반감되며, 셜록과 존의 관계와 감정적 교류가 드러나는 쪽으로 이야기가 귀결된다. 시즌4야말로 이러한 제작진의 의도가 세 편 전편에 녹아든 시즌이라 할 것이다.

최근 두 배우의 불화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두 배우의 바쁜 스케줄 역시 끊임없이 기사화돼 왔다. 반면 이미 2014년 시즌3 방영 후 스티븐 모팻과 공동 작가 마크 게티스는 시즌5까지 이야기를 만들어 놨다고 밝힌 바 있다. 시즌5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는 사이, 아직 확정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충성도에서는 여타 '덕후'와 비교하면 서러울 <셜록> 마니아들은 시즌5를 기다릴 것이다. 정작 새 시즌 1화를 보고선 논란도, 논쟁도 많지만, 그 기다리는 일은 참 잘하는 팬들이다. 시즌4가 던져준 감정적이고, 어두운 비전 역시 분명 감내해 내고 말 것이다.

그러는 사이, 셜록은 '소시오패스'의 기질을 둔화시켜 나가는 중이다. 그렇게 7년이 지났고, 제작진도, 배우들도, 팬들도 나이를 먹고 있다. 과연 <셜록> 시리즈가 난관을 헤치고 10주년을 맞을 수 있을지, 또 깊어진 캐릭터와 극적 피로감은 어떻게 타결해 갈지, 그리하여 시즌 5, 6시즌까지 무사히 연장해 나갈지, 몹시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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