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티에 May 15. 2016

내 아기의 옷과 내 아기의 자신감의 상관관계

거꾸로 생각하는 육아


저는 얼마 전 제가 살고있는 홍콩에서 가장 대중적인 아기옷 매장 두 곳을 돌며 흥미로운 조사를 하나 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브랜드, 다른 하나는 유럽 브랜드이구요, 둘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체인들로 성인 기성복으로 시작해 영유아 기성복으로도 분야를 확장한 경우입니다.)


일단 각각 남,녀 아기옷에 적힌 문구를 적어보았습니다.


대표적인 메세지들을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자아기옷:

-Think big (크게 생각해라)

-Ride your dream (너의 꿈을 타라)

-Superhero (수퍼히어로)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안돼)

-Create (창조하라)

-Best Artist (최고의 예술가)

-Brave, No Rules, Hooray, Wild, Jungle, Party, No Panic, Power, Roar, Always Yes. (용감한, 규칙따윈 없어, 야호, 와일드, 정글, 파티, 당황하기 않기, 파워, 으르렁, 항상 예스.


여자아기옷:

-I'm Super Cute, Don't you Think? (나 정말 귀엽지 않아요?)

-Hug me (안아줘)

-Home Sweet Home (홈 스위트 홈)

-Lovely (사랑스러운)

-Sweet Dreams (달콤한 꿈꿔요)

-Be My Love (내 사랑이 되어줘)

-Beautiful Star (뷰티풀 스타)


성별에 따른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남아의 옷에 적힌 문구들이 주로 능동성, 적극성, 활동성, 모험심 등을 북돋우는 내용이었다면,

여아의 옷에 적힌 문구들에는 타인의 눈에 비친 사랑스러움, 귀여움 등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대다수의 아기옷과 아동복은(60~70% 이상) 남녀 성별에 따라 이렇게 확연히 다른 느낌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영웅이 되어라" Vs. "난 영웅이 필요해"


예전부터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에선  "능동성"과 "수동성"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었습니다. 태생적으로 남성은 능동적, 적극적인 반면 여성은 수동적,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아주 오랫동안 정설로 인정받았지요. 이러한 편견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가지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에선 남녀의 능동, 수동적 태도의 차이가 대부분 "태생"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아기는 성별에 따라 꽤나 다른 종류의 메세지에 매일같이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메세지의 전달자는 부모님을 포함한 아기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 또는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아기가 입게 되는 옷, 가지고 놀게 되는 장난감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이것은 문화적 요구에 의해 우리가 무심코 내면화시킨 생활 속 우리의 "자세"일 수도 있어요. 우리의 "몸가짐"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여자와 남자에게 주문되어지는 육체적인 자세는 상당히 다릅니다. 보통 여자는 어릴 때부터 팔과 다리를 한데 모으는 "다소곳한" 자세를 요구받는 반면, 남자에겐 훨씬 더 개방적인 모양새의 자세들이 허락됩니다 (보통 우리는 지하철에서 "쩍벌남"을 "쩍벌녀"보다 훨씬 더 많이 목격하게 되지요.)


하버드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 에이미 커디(Amy Cuddy)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사람이 취하는 육체적인 자세가 그 사람의 자신감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TED 강연중인 에이미 커디(Amy Cuddy)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번째 그룹에겐 "힘있는 자세"(High-Power Poses)를, 두번째 그룹에겐 "힘없는 자세"(Low-Power Poses)를 약 2분간 취하도록 했을 때, "힘있는 자세"를 취했던 사람들이 "힘없는 자세"를 취했던 사람들보다 그 직후에 주어진 임무를 더 자신감있게, 더 잘 수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힘있는 자세"(High-Power Poses)


여기서 "힘있는 자세"란 주로 팔다리와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활짝 편 개방적이고 확장적인 자세를 가리키고, 반대로 "힘없는 자세"란 팔다리와 어깨를 한데 모으거나 구부정하게 움츠린 수축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를 말합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사회문화적인 기준으로 보았을 때  "힘없는 자세"는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몸가짐과 비슷한 반면  "힘있는 자세"는 주로 남성들에게 부합하는 바디랭귀지에 가깝습니다.


"힘없는 자세"(Low-Power Poses)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의 일반적인 상식을 거꾸로 뒤집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우리의 자신감이 우리의 육체적 자세를 결정짓는 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거꾸로 우리가 큰 생각없이 취하는 육체적 자세가 우리의 자신감과 임무 수행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힘있는 자세"를 취하면 실제로 "힘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지요.


이 사실을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몸가짐에 접목시키면 참으로 슬픈 결론이 내려집니다. 대다수의 여성에게 다소곳한 몸가짐이란 이미 인생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문화적 학습을 통해 깊숙히 내면화된 매우 친숙한 존재입니다. 제게도 물론 이것은 예외가 아닙니다. 의식적으로 '편하고 자신감있어 보이는 자세를 취하자'라고 제 자신에게 상기시키지 않는 한, 사람들 앞에서 저의 팔과 다리는 저도 모르게 한데 다소곳이 모여 있습니다. 에이미 커디 교수의 실험에서 짧게는 2분만 특정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도 사람들의 자신감은 상당히 변화했습니다. 그렇다면 내면화된 "힘없는 자세"를 평생 무의식적으로 안고 살아가는 대다수 여자들의 자신감과 임무 수행능력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또 얼마나 지속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보아야 할 질문입니다.


국어사전에 "자세"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두 개의 대표적인 의미가 나옵니다.


[명사]
1.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
2.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


우리는 우리가 우리의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이 우리가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난 내 허벅지가 싫어"  VS. "아임 수퍼"


딸아이가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오늘부터라도 "여자아이가 ~하면 안돼", "여자처럼 ~해야지"같은 표현을 멀리해보면 어떨까요? 또 딸아이 옷장의 반 정도를 능동적 메세지가 적힌 움직임이 편한 옷으로 서서히 채워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