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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 Jan 10. 2024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그날

2021년 9월 2일.

시간을 잠시 돌려보려고 한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마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하지 않을까.


그때는 네이버 공모전이 시작한 지 2일 차.

공모전 예심 접수 마감까지는 20일 정도 남아있던 시기였다.

한참 미친 듯이 공모전에 제출할 작품을 쓰고 있던 중이었다.


광운대학교 인적자원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웹소설 교육을 수강하던 중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쓴 작품이 어떤지 담당 선생님께 피드백을 요청했다.

피드백 내용을 반영해서 수정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공모전에 연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과연 내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혹시 수정할 거리가 너무 많으면 어쩌지?

설마 완전히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겠지?


피드백을 앞둔 심정은 항상 비슷했다.

홀로 발가벗은 상태로 사람들 앞에 서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내 작가 인생의 마지막이 걸린 공모전을 코앞에 둔 시기였다.

혹시라도 글을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 남지 않은 공모전 마감을 지키는 건 어려웠다.

다시 말해서 여기서 안 좋은 평가를 듣게 된다면 내 작가 인생은 사실상 이번 수업을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선생님과 마주하게 됐다.

두근거림을 한참 넘어서 걱정과 고민을 한가득 안고 선생님의 입에서 나올 첫마디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작품 계약했어요? 안 했으면 우리랑 계약합시다.”



0.000001%도 생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에 대해 말씀해 주실 줄 알았는데, 계약 제안이라니.


다시 한번 얼떨떨했다.

5화까지만 읽고 판단이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전문가시니 뭔가 다르겠지.

더구나 계약하자는 말을 그냥 하실 리도 없겠고.


사실 그때까지도 나는 완벽하게 확신을 갖지는 못했다.

다만, 내 작품을 읽어본 두 분이 모두 계약을 제안했다는 것에 조금은 걱정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일주일 정도 고민한 끝에 계약을 하기로 했다.


대신에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이번 공모전 예심에서 탈락하면 포기하는 걸로.


30: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건 확실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에도 나는 변함없이 15화 완성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두고 겨우 15화를 완성했다.




접수를 마무리한 다음에는 2주 동안 진행될 심사 결과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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