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웹소설은 5천 자 내외 분량을 주 5일 이상 연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프로 작가라면 기본적으로 최소한 하루에 5천 자 이상이 원고를 써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5천 자?
어느 정도 분량인지 감이 안 잡힐 수 있다.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써봤을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25 매다.
여기서 5천 자는 글자 수를 말하는 것이니 줄 바꿈은 포함하지 않는다.
그렇게 25화가 모이면 대략 12만 5천 자가 된다.
보통 25화를 종이책으로 1권 분량이라고 말한다.
주 5일 연재를 한다고 가정하면, 5주에 종이책 한 권을 써낸다는 의미다.
게다가 단순히 내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냥 적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독자들이 돈을 주고 구매해서 볼 정도로 재미있게 써야 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게 이제 조금은 실감이 되었을 거 같다.
웹소설에 처음 입문하는 지망생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나도 처음에는 숨이 턱 막혔다.
이게 진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하루 5천 자를 넘어서 1만 자 이상을 써내는 작가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대체…….)
공모전 예심의 심사를 받으려면 최소 기준이 있었다.
공모가 시작되고 3주 정도 안에 5천 자 이상의 원고 15화를 올려야 했다.
웹소설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써본 분량은 고작 5화였다.
그보다 3배나 많은 분량을 써야 했다.
그것도 한 달 남짓한 기간 안에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해낼 수 없는 이유만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힘은 단순했다.
나는 이 공모전에 내 작가 인생을 모두 걸었지 않나?
최소 조건을 못 맞춰서 심사 자체를 못 받고 탈락한다면 이것보다 허무한 일이 있을까?
그러니 무슨 일을 해서라도 완성해야 했다.
1권인 25화보다 10화 분량이나 적다는 것에 위안 삼으며 시작했다.
그때 당시 나로서는 이틀에 한화를 쓰는 게 최대치였다.
15화를 쓰려면 30일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하루라도 빠르게 시작하는 게 최선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할 시간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제까지 교육받는 동안 습작용으로 작성했던 소재로 시작했다.
5화까지의 초고가 있기도 하니 조금 더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곧바로 원고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온종일을 소설 쓰는 데 투입했다.
집과 카페를 오가며 작업에만 집중했다.
그해에는 추석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당시로서는 내가 가진 모든 역량과 집중력을 하나도 빠짐없이 총동원해야 가능한 일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0화를 넘어 15화에 가까워질수록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공모 마감을 하루 앞둔 날에 15화를 올릴 수 있었다.
딱 15화까지 올리는 것보다는 16화까지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했다.
하지만 15화를 마무리하는 순간 내 모든 체력과 집중력은 모두 불타 없어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