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 8월.
꽤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앞으로 작가 지망생 생활을 계속할지 말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결판을 지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이기도 했다.
이 답을 구하기 위해서 당장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받아보고 싶었다.
출간 제안을 받은 것 이상의 확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구도 나에게 단호하게 대답해 주기 어려워 보였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당신은 작가로서 재능이 없으니 그만두세요’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정말 아예 답이 안 보이는 최악 중의 최악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의 감정도 들어가지 않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답변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런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오는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웹소설 공모전이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의 공모전과 다른 한 가지 때문이었다.
보통 공모전은 작품을 제출하고 난 뒤에는 아무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개인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입상한 게 아니라면 예심부터 탈락한 건지, 마지막 최종심까지 올라갔는지 알 수 없다.
마지막에 최종 결과만 공개될 뿐이었다.
탈락했다고 해서 자세한 피드백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쓴 작품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평가받는지 알 수가 없는 구조다.
반면에 당시 네이버 공모전은 예심, 본심, 최종심으로 3개월 동안 진행되는 장기 레이스였다.
일반적인 공모전과 다르게 실시간으로 연재를 하면서 세 단계를 거치게 됐다.
내가 원고를 써서 연재를 하는 동안에 예심이 진행됐다.
정해진 날짜가 되었을 때 공모전 페이지에 내 작품이 남아있다면 예심 통과, 그렇지 않다면 탈락이었다.
본심, 최종심도 마찬가지였다.
내 작품이 과연 어느 단계까지 올라갔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거라면 내가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모전 참가를 결심하고 마음에 세운 목표는 예심 통과였다.
각각 장르마다 예심에서 100 작품이 뽑힐 예정이었다.
보통 2, 3천 작품이 투고되니 20:1이 넘는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만약 혹시라도 예심에서 탈락한다면 작가라는 목표는 미련 없이 포기할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이제 막 웹소설에 입문한 참가자치고는 꽤 야심에 찬 목표였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아무리 장르는 달라도 지난 8년 간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왔지 않은가.
100 작품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나는 재능이 없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미련을 이제 그만 떨쳐내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8년을 가져온 목표를 스스로 내려놓기는 어려웠다.
공모전 탈락이라는 계기를 통해서 ‘나는 재능이 없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자’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답을 억지로나마 마주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공모전에서 나의 모든 것을 건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공모전이 시작하는 날은 2021년 9월 1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해보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제 그만하더라도 조금의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다.
무더웠던 여름 내내 나는 오직 공모전 하나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