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딸이다. 엄마가 언니와 다툰 후 하소연을 하려고 전화를 하면 "나한테 말하지 말라"라고 '언니한테 직접 말하라, 듣기 싫다"라고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남편과 본가를 갔을 때 엄마가 삼계탕을 먹으라고 해서 "채식하니까 안 먹겠다"라고 하니 모처럼 준비했는데 안 먹는다고 등짝 스매싱이 매섭게 날아왔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이게 맞을 일인가 싶어 화를 내며 “기분 나빠서 여기 못 있겠다고 집에 가겠다”라고 했더니 아빠와 남편이 옆에서 말렸다.
시아버님이 시어머님에 대한 불만을 직접 해결하지 않고 가족 단톡방에 남편에게 시어머님을 설득하라는 톡을 올려, 남편이 시어머님께 전화를 하니 시어머님의 긴 하소연이 한동안 계속됐다. 전화를 끊고 피곤해하는 남편에게 부모님 일은 두 분이 알아서 하시라고 말하라고 하자 자기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힘들지 않냐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보라고 하니 이런 성격의 자신을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할 말이 없다. 남편이 다정한 사람이라 좋아하는 것이 맞다. 내가 회사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항상 공감하며 들어준다. 알아서 하라고 차갑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솔직하게 대한다', '편하게 대한다'는 핑계로 가까운 관계인 부모님께 함부로 말해왔다. 회사 사람들은 어이없이 행동할 때에도 좋게 좋게 넘어갔던 게 대부분이다.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께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