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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so Jun 17. 2016

개인적 취향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나는 손목시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시계가 여러 개냐 하면 그렇지 않다. 좋아하는 시계 디자인은 단 하나다. 스탠다드한 여성 시계로, 직경 2cm 미만의 구형에 색상은 은색이며 까만 스트랩이어야 한다. 날짜 표시기가 있으면 금상첨화이고 시계판의 숫자가 없는 것은 괜찮으나 로마자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사절이다.

  

  같은 용도의 물건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한 개만 가지고 있을 뿐, 나는 손목시계를 좋아하는 사람군에 속한다. 어쩌다 시계를 차지 않고 외출을 하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니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버릇이 되어 버려 언제나처럼 시계를 보느라 빈 손목을 올렸다 내렸다 하곤 한다.


  취향이라는 건 신기하게도 그냥 저절로 우연히 생기는 것에 비해 굉장히 확고하다. (아니면 날 때부터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지도) 어떤 사람들은 이해를 못한다. 2cn 미만의 크기에 까만 스트랩이 필수 조건이라니. 그런데 취향이란 건 원래가 그런 것이다. 타인의 이해가 불필요한, 내가 추구하는 어떤 지점인 것이다. (그러니, 취향에 대해서는 평가도 강요도 금지 요망) 어느 지점에 이르면 나의 일상 곳곳, 혹은 나라는 인간의 전체 구성요소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선비 캐릭터를 좋아한다. 소신 있고 원칙적이며 그러면서도 인간적 갈등을 겪는. 때깔 좋은 도포보다 귀양 간 선비의 상징인 흰 도포 자락에 열광하는 나의 취향은 물건을 살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전시회를 갈 때도, 심지어 두 달 밖에 안된 나의 그림 그리기에도 하나의 관통하는 지점을 드러낸다. 여백과 단순함.


  취향이 확고해지는 데 혹은 확고한 취향을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순 있지만 무취향인 사람이 존재할까 싶다. 새 양복을 사주어도 구닥다리 양복과 구분을 못해 아무 거나 입고 나가버리는 우리 남편 같은 사람도 기계에 대해서만큼은 취향이 확실하며 일생 안 부리는(혹은 못 부리는) 까다로움을 마음껏 부린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돗자리를 깔아주려고 한다. 다만 이 돗자리는 대체로 금전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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