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연애 방식

오픈 릴레이션십 1

by 하이코드슬럼프

독일에 살면서 무엇이 가장 충격적이었냐 하면 오픈 릴레이션십이라 꼽겠다.

한국어가 보란 듯이 있는 것을 영어로 표현하는 걸 지양하고자 하는데

이 연애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한국어로는 없는 단어이다.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다자연애라고 하기에는 폴리아모리의 개념이 있으니…

여하튼 오픈 릴레이션십이라 하면 서로를 남자친구, 여자친구라 칭하는 연인이 있고

그들이 각각 다른 이성을 만나 데이트도 하고 잠도 잘 수 있고 뭐 그런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으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공공연하게 너무 많은 이들이

저런 방식의 연애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었다.

독일이 이렇게 개방적이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보수적인 부분이 꽤 있는데 이게 또 도시별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내가 사는 프라이부르크는 히피이다.

그래서 유독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는 커플을 흔하게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첫 번째 오픈 릴레이션십 이야기는 독일에 막 오자마자 경험한 일이다.

처음 독일에 와서 산 곳은 셰어하우스였는데, 독일이 워낙 집을 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집세가 비싼 편이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성별 상관없이 함께 모여 산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젊은 남녀가 한 집에 산다니 기함할 일이겠지만 여기서는 정말 아무렇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우려할만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건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일단 저런 옵션이라도 빈 방이 있는 거라면

무조건 얻어야 길바닥 신세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고 거기에 유교걸이다.

그런 내가 모르는 남정네가 있는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는 먹을 대로 먹고 여전히 어학원생 신분인 나를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옆 동네에 4명이 모여사는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여자 셋과 남자 한 명으로 구성된 집이었다.

남자가 있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모두 독일인이고 그중 둘은 오랜 연인 관계였다.

아니 근데 그 둘이 오픈 릴레이션십 중이라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고 그에 걸맞은 질문까지 해버렸다. 아니 도대체 왜??

그의 대답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그녀가 원하고 그래야 그녀가 행복하니까”

예상 못한 대답에 나는 또 한 번 당황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사랑한다지만 나의 연인을 다른 이성과 공유하는 것을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우리는 종종 다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같이 했었는데, 그 둘은 너무나 평온했고

애정 가득했고 행복해 보였다.

언젠가 내가 휴가차 포르투에 있었는데 그에게서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통 우리는 개인적인 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서 휴가 중이었던 나는

집에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엄청 긴장했었는데, 내용은 다름 아닌

그녀와의 연애를 끝냈고 그녀가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자기는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장기간 집을 비우니 집에 왔을 때 놀라지 말라고 했다.

연애의 끝이 심리치료라니…

독일인들은 번아웃이 오면 병가를 내며 장기간 쉬고 심리치료 또한 당연하고

아무튼 몸 건강 정신 건강에 진심인 것을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 때라

나에겐 꽤나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그 사건이 나에게 피해를 주게 될지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그 일 때문에 나도 그 집을 나와야만 했는데

우연히 시내 공원에서 마주친 그는 안 그래도 마른 몸이 더 야위었고 여전히 슬퍼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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