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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인 May 07. 2022

다음세대에게 피어난 이야기 불씨

극단 즐거운사람들 <불켜는 아이>(2022)를 중심으로

관극일시: 2022-05-06 (금) 14:00

장소: 노원어린이극장


<불켜는 아이>(2022) 포스터 (출처: 노원문화재단 공식 블로그)


    음악무용극 <불켜는 아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하여 탄생된 작품이다. 그리하여 소파 방정환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나아가 방정환이 일제강점기 속에서 어린이에게 소망을 두며, ‘이야기’가 지닌 힘을 그들에게 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불켜는 아이>(2022) 프리셋 (출처: 조혜인)


    본 공연은 빈 무대 위에서 막과 영상을 이용한 연출이 주를 이룬다. 큰 막에 방정환 일러스트가 도입부와 마무리부에 등장한다. 그리하여 본 공연이 방정환에 관한 공연임을 관객에게 뚜렷이 인지시킨다. 배우 김두영이 방정환 역할을 맡았으며, 방정환 인형을 통해 연기를 펼친다. 극중에서 방정환이 동화책 <토끼의 재판>을 읽어주는 장면은 본 공연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토끼의 재판>은 방정환이 옛 이야기를 극본으로 썼고, 잡지 『어린이』제1권 10호에 실린 이야기다.


<불켜는 아이>(2022) 연계기획전 중 『어린이』 (출처: 조혜인)


    <토끼와 재판>에서는 궤짝 속에 갇힌 호랑이가 길 가던 나그네에게 자신을 풀어달라고 간청한다. 그리고 자신을 풀어주면 나그네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나그네가 호랑이를 풀어주자, 호랑이는 사람은 은혜를 모른다며 “궤짝 속에서 한 약속을 궤짝 밖에서 하란 법이 어디있나?”라고 한다. 호랑이와 나그네와 갈등을 벌이게 된다. 나그네는 누가 옳은지 소나무, 땅, 토끼에게 재판을 요청한다. 결국 토끼의 지혜로 호랑이는 자신이 갇혔던 궤짝 속에 다시 제 발로 들어가게 된다. 일제강점기 시대에서 <토끼의 재판>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흡사 일본으로 비유될 수 있다. 방정환은 이런 이야기를 어린이에게 들려주며, 암울한 시대 가운데서도 어린이들을 ‘절망이 아닌 꿈으로’ 나아가게끔 한다.


  김두영은 <토끼의 재판>을 들려주며 이야기 속 인물들을 일인 다역의 보이스를 통해 빠른 템포로 전개해 나갔으며, 무대 위 배우들은 거대한 호랑이를 얼굴, 앞발, 꼬리로 나누어진 막대모형을 통해 움직이며 재현했다. 아주 거대한 호랑이 앞에서 등장하는 나그네는 작고 초라해 보였으며, 토끼의 등장으로 인해 이야기의 템포가 더욱 빨라진다. 특히 본 장면은 토끼가 호랑이에게 구사하는 넌센스로 인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공연 전반부에는 상대적으로 암울한 장면들—감옥 속 방정환, 성냥팔이 소녀—이 나왔기에, <토끼의 재판> 장면은 관객들에게 긴장을 풀어주고, 방정환이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다가갔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본 공연을 통해 어린이 즉,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줄 이야기의 중요성을 상기해볼 수 있다.


<불켜는 아이>(2022) 커튼콜 (출처: 조혜인)


본 공연은 연계기획전으로 극장에 ‘작은 물결 전화기’ 부스를 설치했다.


<불켜는 아이>(2022) 연계기획전 - 방정환과 함께 떠나는 여행 (출처: 조혜인)


    이 전화기를 통해 소파 방정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화기를 들고 1번부터 0번까지 누르면 각 번호마다 방정환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정환이 죽음 전에 남겼던 말 “어린이들을 부탁합니다.” 또한 들을 수 있다. 또한 *버튼을 누르면 관객이 관극 소감이나 방정환에게 전할 말을 남길 수 있다. 일방적인 음성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동시대의 아이들에게는 방정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체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공연이 끝나도 방정환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은 동시대의 성인들에게도 희망의 불씨와 같다. 성인들의 마음속에 이야기의 불이 지펴져야 그 불이 아이들 마음에 뜨겁게 불타오르리라. 세삼 필자로서, 자신이 다음세대에게 어떤 이야기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성찰하며 본고를 마무리한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는 작업도 언젠간 이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고,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고, 무언가 잃어버렸던 것을 찾게 해주게 되지 않을까라는 소망으로 행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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