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이야말로 그의 색깔임을.
앨범 재킷이 모든 걸 설명해준다. 달콤한 허밍, 있는 듯 없는 듯 가볍게 감싸 안는 신시사이저가 ’ 네 생각’의 시작을 알린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서 조심스레 스케치를 해 가듯 존 박의 보컬은 적당히 힘 조절을 하며 그루브를 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빠르게 스케치를 마치고 나면 붓에 물감을 묻히기 시작한다. 기분 좋은 브라스가 곡에 색채를 입혀 나가고, 이어지는 기타와 피아노 솔로는 여유롭게 공간을 채운다. 음표를 채우는 것만큼이나 쉼표도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기본에 충실한 곡이지만, 그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역설하는 곡이다. 무리해서 기승전결을 부여하기보단 곡에 대한 최소한의 아이디어를 가져간 채 강약 조절, 약간의 변주를 더함으로써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어지는 ’Higher’ 또한 마찬가지다. 전자음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는 이 곡에서도 존 박은 ’ 네 생각’과 같은 방식으로 곡을 그려나간다. 차례차례 쌓아 올린 소리의 층은 풍성하지만 지나치진 않다. 때로는 과감히 쌓아 올린 소리를 숨기기도 한다. 1분 30초 즈음의 핑거 스냅만으로 진행되는 부분에서 넋을 놓게 됐다면 당신은 그에게 완전히 현혹된 것이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플레이 타임이지만, 그 몇 배나 되는 경험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다. 단순히 존 박이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한 느낌의 유화보다는 맑고 투명한 수채화가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는 것을 그가 잘 알고 있는 덕분이다. 무채색이야말로 그의 색깔임이 <네 생각>을 통해 명확해졌다.
아티스트: 존 박
음반: 네 생각
발매일: 2016.07.15.
수록곡
1. 네 생각
2. Hig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