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 Restaurant(구 정준영 밴드) 표절 시비를 보고.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유명한 경구 중 하나이다. 이 경구의 의미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는 없으며 모든 콘텐츠들은 일정 부분 반드시 다른 콘텐츠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0% 새로운 콘텐츠는 없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간은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콘텐츠에 100%의 순수함을 요구하는 분야가 있다. 창작이 중시되는 예술 분야다. 여기서 새로운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의 형태가 남아있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만약 기존의 형태가 남아있다면 낙인이 찍힌다. '표절'이다.
그렇다면 '표절'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따르면 표절은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표절은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 '남의 작품의 일부를 따라 해야'하며 두 번째 첫 번째 요건의 실현이 '원 저작권자 몰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표절이라 하기 어렵다. "영감을 받았다"라거나 "오마쥬를 했을 뿐이다"라고 말해도 문제없다.
사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것을 따라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따라 함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기존의 것의 가치를 손쉽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만 본다면 표절은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는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데 표절 사실이 들키면 창작물로서 콘텐츠의 가치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찬사는 비난으로 바뀌며 원작자와의 소송도 각오해야 하고, 때로는 해당 분야에서 완전히 제명될 수도 있다.
표절은 음악 계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음악 계에서 표절은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로, 음악 콘텐츠는 무형의 콘텐츠이며 이는 주관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음악 콘텐츠의 표절 시비는 왕왕 일어나지만 확정적으로 "표절이다!"라고 정해지는 일은 많지 않다. 보통 비슷한 인트로, 기타 루프, 멜로디가 인식되면 곧 표절 시비로 이어지며 이후 원작자와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이 과정 내에서 계속해서 비판이 가해진다. 그리고 최근 발매 후 두 달이 지난 앨범이 표절 시비에 휩쓸렸다. 밴드 Drug Restraurant(드럭 레스토랑, 구 정준영 밴드)가 그 주인공으로 이번 표절 시비는 꽤나 흥미롭다. 원작자의 반응뿐 아니라 표절이 대중들에게 주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표절 시비는 앞서 정의한 표절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 먼저 Drug Restraurant의 신곡 'Mistake'와 아일랜드 밴드 Two Door Cinema Club(투 도어 시네마 클럽)의 'Someday(섬데이)'가 유사한 도입부를 가졌고 원 곡의 저작권자인 Two Door Cinema Club은 이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드럭 레스토랑 측은 "영감 받았지만 표절 아냐"(Osen, 7.28 기사)라고 대응했으며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SNS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에 영삼을 줬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Nice to see we've inspired someone)"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드럭 레스토랑이 표절을 했는가?"는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Drug Retraurant는 표절이 아닌 Two Door Cinema Club에게 영감을 받았거나 작곡 중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곡을 만들 었을 수도 있다. 작곡을 위해서는 수많은 음악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 두 곡은 닮지 않았을 수 도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에게 돌아간다. 문제의 Drug Restraurant의 Mistake와 Two Door Cinema Club의 Someday의 인트로를 한번 들어보자.
인트로 부분에서 언급되는 유사성을 느낄 수 있었는가? 두 곡 간의 유사성의 유무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기에 표절이다 아니다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표절 시비는 곡을 작곡가로서 그리고 전문 음악인으로서 Drug Restaurant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분명 Two Door Cinema Club를 알고 있었고, 'Someday'라는 곡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과연 'Mistake' 작곡시 'Someday'와 도입부의 유사함, 그리고 이로 인한 표절 시비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몰랐을까? 그들은 분명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 결과 표절 논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표절 시비는 대중들에게 그들뿐 아니라 한국 음악계에 대한 실망을 안겨주었다. 표절의 진정한 문제점은 이 곳에 있다.
표절은 그 자체만으로 대중 음악계의 신뢰에 영향을 끼친다. 표절 시비에 휘둘린 가수들이 몇 개월간의 자숙을 후 돌아오면 표절의 책임 대해 묻지 않는 사회가 되며 표절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졌고 이는 그만큼 빈번해졌다. 이 과정에서 외국의 유명한 곡을 표절하는 경향은 늘었으며 대중들은 표절에 대해 냉소적으로 반응하게 되었다.
이는 '깨진 유리창 이론'과도 통한다. 깨진 유리창 한 장과 같은 사소한 무질서가 큰 문제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하나의 표절 시비가 음악계 전반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가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같은 음악가들을 위해서도 표절 시비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만들어낸 곡에서 타인의 곡이 짙게 보인다면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표절 시비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중의,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의 신뢰를 잃는 음악가는 죽은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Drug Restraurant는 표절 시비에 휘말렸지만 보다 나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밴드이다. 따라서 다음 작부터는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고유의 음악성을 펼쳐 보였으면 한다.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표절 시비가 줄어들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