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점과 아쉬운 점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5tardium'이 2016년 세 번째 페스티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첫 개최였던 2014년 당시 5tardium은 관객들에게 큰 기대를 얻지 못했다. 이전 하이네켄 후원으로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Sensation'이 2013년 두 번째 개최 때 참담한 성적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Sensation은 그 후 한국에서 더 이상 개최되지 않는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5tardium은 꾸준히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다. 특히 3회째인 2016년은 사전 예매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인상 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5tardium은 2017년 개최 공지를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알렸다. 개최 공지를 접한 뒤 5tardium을 2017년 버킷 리스트에 넣은 사람들을 위해 2016년 5tardium에서 느낀 인상 깊은 점과 아쉬운 점을 남기고자 한다.
인상 깊은 점
1. 스토리텔링식 페스티벌
사람들이 단독 공연이 아닌 페스티벌을 관람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페스티벌은 '일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평소에 입지 못한 파격적인 복장, 낮술, 수많은 사람들과 크게 울리는 음악들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 본질은 여전히 '일탈'이다. 이러한 조건을 전제했을 때, 5tardium은 페스티벌 고유의 역할을 가장 잘 실현한다고 할 수 있다.
5tardium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2016년의 경우 별자리에서 모티브를 딴 5명의 전사(DJ들)가 악을 무찌르는 이야기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얼핏 유치해 보이지만 막상 공연장에서 현란한 조명과 특수분장들이 활용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느새 관객들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며 실제로 객석에 등장하는 인형 퍼레이드들과 배우들은 페스티벌을 더더욱 현실의 것이 아닌 동화 속 세계로 바꾼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식 페스티벌 진행은 5tardium 최대의 장점으로, 기존 페스티벌들이 같은 부스에 DJ들만 바꿔가며 진행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2. 서라운드 오디오
음향의 질은 페스티벌에서 매번 언급되는 문제이다. 보통 야외에서 진행되는 페스티벌들은 필연적으로 소리가 퍼지고 외부 소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5tardium의 서러운드로 구성된 음향 설비는 꽤 인상 깊다. 위 이미지와 같이 5tardium의 무대는 가운데 댄스 플로어를 중심으로 무대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성이다. 그리고 각 무대들에는 음향 설비가 설치되어있으며 이를 통해 객석 어디에 있든 전후좌우에서 재생되는 공연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로써 기존 페스티벌의 단방향 음향설비에 비해 5tardium이 가는 큰 장점이다.
3. 간편한 주류 구매
페스티벌에서 술은 중요하다. 술 없는 페스티벌과 술 있는 페스티벌 중 어떤 것이 더 유쾌할까 생각만 해보자. 필자는 단연코 후자라고 생각한다. 취기가 돌면 흥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필자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항상 페스티벌에 가면 술을 구매하기 위해서 선 줄이 엄청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5tardium은 달랐다. 술을 구매하기 너무 편했다. 이렇게 줄 서지 않고 술을 구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주류 부스가 곳곳에 배치되어있었기 때문이다.
2016 5tardium에는 위 페스티벌 지도에 표시되어있는 주류 부스뿐 아니라 공연장 내 무대와 무대 사이 연결 구조 내에도 주류 부스가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부스를 배치한 것은 관객들에게는 편리한 주류 구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주류 판매라는 하이네켄 맥주의 판매와 홍보가 목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면 흔쾌히 하이네켄의 의도에 응하고 싶다. 페스티벌에는 즐기러 왔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
1. 전년보다 편향된 장르 다양성
2016 5tardium의 장르 다양성은 이전보다 떨어졌다. 5tardium의 강점 중 하나가 기존에 대형 페스티벌에서 쉽게 볼 수 없던 DJ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임을 생각해보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2016년 5tardium의 장르는 UK 하우스, 빅 룸 하우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트랩, 정글로 구성되었다. 하우스 계통이 다섯 팀 중 세 팀이다. 물론 'Gorgon City'가 보여준 공연은 'Ummet Ozcan'과 'Tommy Trash'가 보여준 공연과는 다른 맥락의 공연이지만 하우스가 아닌 다른 장르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아쉬움은 특히 'Ummet Ozcan' 이후 진행된 'Tommy Trash'의 공연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현재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메인스트림 장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와 빅 룸 하우스는 사실 그게 그거라고 할 만큼 비슷하다. 그리고 이 둘의 공연이 연달아 배정되었다. 5tardium의 독특한 무대 연출과 퍼레이드가 없었다면 그 끔찍이 지겨운 히트곡 메들리를 버틸 수 있었을까? 차라리 마지막 무대로 WIWEK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2. 아쉬운 폭염 대비
32.7℃(기상청 출처). 5tardium이 개최되었던 2016년 7월 9일의 최고 기온이다. 이러한 이례적인 폭염으로 모두들 고생이었겠지만 5tardium의 관객들에게는 더욱 뜨거웠던 추억으로 남았다. 5tardium 행사의 폭염 대비는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부터 예고되었던 폭염에도 불구하고 5tardium에서 햇빛을 막기 위한 차광막이나 그늘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관객들뿐 아니라 아티스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가장 기온이 높은 낮 시간에 공연을 한 Gorgon City의 경우 차광막 없는 무대 위에서 온 몸이 땀에 절어 공연 끝에는 땀 투성이가 되었고, OOKAY와 LOUDPVCK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공연 중 수건을 머리에 썼다. 이는 행사 준비 시 날씨 정보를 반영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불편함이다. 환경의 쾌적함에 날씨 대비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5tardium이 2016년에 놓친 폭염 대비는 아쉽다.
2014년에 등장한 5tardium은 이제 4회를 준비 중이다. 아직 대한민국이 페스티벌 산업이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임을 고려했을 때 성공적으로 4회를 맞이한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또한 성장의 질을 따졌을 때 5tardium은 훌륭하다. 초대권의 수도 줄어들고 있고 2016년의 티켓은 현장판매 없이 사전 예매로 매진되기도 했다. 이처럼 순항 중인 5tardium이 있기까지는 그간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되어 5tardium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