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래전부터 매일 지키려고 노력하는 루틴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만 보 걷기’란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혹은 더워서, 내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해서, 기분이 꿀꿀해서 등등....미련하게도 나라는 인간은 매일 내가 오늘만큼은 ‘만 보 걷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백만 가지 이유 들과 맹렬히 싸우다가 집 밖으로 나가곤 한다. 그냥 바로 나가면 될 것을 왜 매번 이러는 건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하루에 ‘만 보 걷기’ 목표는 매일 실천하기 비교적 쉬운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 해보면 꽤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 일하는 경우, 퇴근 후 집에 와서 확인해 보면, 삼천 보도 채 걷지 못한 날이 대부분이다. 그때부터 나머지 칠천보를 한 번에 걸으려고 하면 시간도 꽤 오래 걸리고, 다리도 상당히 아프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일상의 루틴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곧 포기해 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노력하면 또 금방 쉽게 ‘만 보 걷기’를 달성할 수 있다. ‘만 보 걷기’를 일상의 루틴으로 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냥 하루에 최대한 많이 움직이거나 많이 걷기로 목표를 설정한다면, 오천 보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다.
목표를 하루에 ‘만 보 걷기’로 설정하면, 아무래도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파트 한 바퀴를 돌고 들어간다거나, 저녁 식사 후에 만보를 채우기 위해 동네를 산책한다거나, 아니면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린다거나, 점심시간에도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5분에서 10분 정도 걷다가 들어가게 된다. 심지어 여행지에 가서도 그날의 일정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걷게 된다. 여행지에서는 걷는 것보다는 쉬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번만이라도 해보면 그 맛을 알게 될 것이다. 평소보다 더 상쾌한 공기, 끝내주는 경치에다가 여행까지 와서 내가 내 목표를 실천했다는 성취감까지 합쳐져서 그야말로 기분이 환상적으로 좋아진다. 위에 사진도 며칠 전 제주도 여행지에서 아침 산책길에 만난 오리 떼와 고양이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렇게 귀여운 동물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매일 ‘만 보 걷기’를 실천하는 경우, 체중감량과 함께 다양한 질병의 개선 및 예방 효과, 그리고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낮에 햇빛을 받으면서 걷는다면 세로토닌 호르몬과 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 완화 및 우울증에도 도움이 된다. 저녁 식사 후 걷는다면 소화 기능 개선과 함께, 숙면에 도움이 되는 멜라토닌도 분비됨으로써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우리 아이가 우울증이 한참 심했을 때, 나는 매일 아이를 데리고 나가 걷기를 했다. 우울증이 있는 아이는 집 밖으로 나오기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정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다가 결국에는 반강제적으로 끌고 나갔다. 세로토닌, 엔도르핀, 그리고 멜라토닌 분비뿐만 아니라, 아이와 걷기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걷다가도 이내 곧 대화를 하게 된다는 점이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검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스펀지와 같은 아이의 생각 주머니에 매일매일 한 두 방울의 맑은 물을 떨어뜨려 주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전혀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입맛도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잠도 조금은 더 잘 자게 되고, 말도 제법 하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물론,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산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아이도 전문가와의 주기적인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받았었다.
만 보 걷기의 좋은 점은 이 외에도 평범한 일상이 조금 더 활력적으로 바뀐다는 점,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걸음수에 따라 적립금이 쌓이는 다양한 앱을 활용한다면 비록 적은 비용이기는 하지만 앱테크도 가능하다는 점 등등........매일 ‘만보 걷기’를 하지 아니할 이유가 단 한 개도 없다.
오늘부터 ‘만 보 걷기’를 시작하시는 것 어떨까요?
매일 ‘만 보 걷기’가 부담이 된다면, 처음에는 주말에만 ‘만 보 걷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