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차에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차량 내비게이션 화면이 갑자기 먹통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아니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했었다. 갑자기 왜 이런 거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핸드폰 내비게이션 앱이 있기에 스스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일단은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출발부터 했다.
차량 내비게이션 화면이 먹통이 되니, 길 찾기 기능 외에도 할 수 없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음악도 들을 수 없었고, 차량 핸즈프리 기능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후방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그 무엇보다 가장 불편했다. 이 차를 운전하는 6년이라는 시간 내내 후방카메라를 사용하여 주차를 해서 그런지, 이 기능의 도움 없이 주차하는 것이 너무나 불편하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고장이 난 후에야 비로써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텅 빈 학교는 그야말로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부모님 집에 모두 모여 함께 식사하기, 공중목욕탕에서 목욕 후 딸기 우유 마시기, 영화관에서 팝콘 먹으며 영화 보기, 광장시장에서 칼국수와 빈대떡 먹기, 가족과 여행 가기, 주말에 성당에서 미사 보기 등 그동안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짐으로 인해 매우 불편하고 힘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남편의 ‘자발적 실직’ 외에도 지금도 불쑥불쑥, 갑자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매일매일 내 머릿속은 복잡하고, 마음속은 터질 듯이 답답하고 두려움마저 휘몰아쳐 와 나를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분명히 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느끼는 이 불편함과 고통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얻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일들로 인해, 나는 또 무엇을 느끼고 깨닫게 될까?
이제 더 이상 나는
나의 매일매일이 평온한 하루가 되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존재하는 삶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용감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