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날.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통째로 빼앗아 가버린 그날.
그날이 일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금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제는 다 이겨냈다고, 다 극복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일어난 지 딱 일 년이 되는 오늘 우리 아이는 또다시 크게 넘어져 고꾸라져 버렸다.
기어이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야 말았다.
차가운 지하세계에서 헤매고 헤매다가 이제야 간신히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지상으로 올라왔건만, 한순간에 이렇게 또다시 이곳으로 떨어져 버릴 줄이야.
어제와 다른 점이라고는 그저 오늘이 일 년 전 그날이라는 것 밖에는 없는데...
이제는 건강해졌다고, 좀 더 단단해졌다고 자신했기에
올해는 그날이 와도 잘 지나갈 것이라고, 아이가 분명히 잘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난 일 년 동안의 본인과 온 집안 식구의 피나는 노력은 결국
파도 한 번에 무너져 버리고 마는 모래성이었던 걸까? 한없이 허무하고 비참하다.
오늘은 나의 마음도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파도와 함께 모른 척 사라져 버리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에 이내 제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야 할 엄마인 내가 아이와 함께 이렇게 무너져 버려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내가 만약 모래의 운명이라면
파도는 피할 수 없다.
파도에 무너지지 않는 모래성은 있을 수 없지만,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지칠 줄 모르는 모래성은 있다는 걸 보여 줄 거다.
그리고 다시금 결심했다.
금방 무너져 버리더라도 더 이상 파도를 무서워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파도에 맞서겠노라고
나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고,
그리고 그 일이 그 무엇이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이다.
내가 쌓은 모래성은 이젠 좀처럼 작은 파도에는 무너지지 않는다.
살다 보면 오늘처럼 큰 파도를 만나 무너져 버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시 또 열심히 만들면 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