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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Feb 05. 2023

23년 2월 4일

28개월 28일

엄청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케아에 있었다. 이사 가서 쓸 가구를 주문하러 갔는데 내가 착각하는 바람에 시간은 시간대로 체력은 체력대로 버리고 왔다. 간단히 주문서만 받아 결제하면 될 일을, 굳이 무거운 가구를 모조리 픽업해서 2중 결제가 된 것. 계산대를 나섰는데 우리가 예상한 총액보다 훨씬 많이 나와서 보니 그랬다. 상품을 다시 확인하고 부분환불을 진행하는데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그걸 몰랐던 나 자신이 민망하고 애쓴 서방구에게 미안하고 집에는 할 일이 태산인데 여기에 시간과 체력을 다 버린 것도 화가 나고. 아직도 극복 중이다.


우주를 재우는 동안 기절하지 않는 데 성공했다. 오늘은 꼭 옷장 정리를 마쳐야만 했으니. 우주가 어렵사리 잠에 들자마자 서방구를 얼른 깨워 방을 나섰다. 우주 옷을 정리하자니 그 많은 옷들을 입고 지나간 작은 우주들이 기억났다. 그때는 큰 옷이던 것도 이제는 손바닥만큼 작아 보인다. 아까 뒷모습을 보니 등짝이 꽤 커졌던데. 언제 이렇게 큰 걸까. 월령과 계절에 맞게 옷을 분류하고 지퍼백에 넣어서 새 옷장 아랫칸을 채웠다. 버리지 않고 정리하고 앉아있으니 왠지 모르게 나 스스로에게 둘째 낳으라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듯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지.


두 시가 넘었지만 온몸이 굳어있어서 요가로 풀어냈다. 마지막에 숨 고르기 하며 눈을 감고 이 집에 대해 생각했다. 헤어질 준비가 되었나. 우주를 뱃속에 품고 들어온 집이었다. 텅 빈 집에 우리 짐들이 하나하나 들어오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때는 방 하나가 물건 하나 없이 깨끗했는데. 우주와 함께 참 많은 것이 채워졌다. 또다시 물건이 빠져나가고 나면 이사오던 그날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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