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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Mar 16. 2023

23년 3월 15일

30개월 8일

우주는 이틀간 등원하지 못했다. 다음 말을 쓰려다 보니 나는 자꾸 무언가를 설명하려 애쓴다. 선택한 일에 확신이 없다. 우주가 피곤해했다. 월요일에는 갑자기 졸려서 울다 선생님 품에 잠들어 점심도 먹지 못하고 하원했고, 화요일에도 아침부터 졸려하는 것이 아무래도 낮잠을 오전에 자려나 싶어 어린이집에 인사만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잠이 들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가기 싫다고 울길래 어제처럼 인사만 하고 오기로 했다.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는 우주를 원장님은 억지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셨다. 그냥 인사하고 나오도록 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들은 이해해 주셨다.


초반 등원에 헤어질 때 우는 것에 너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근데 그건 얼른 떼어놔야 할 상황일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 아닐까? 아니면 모든 아이들이 동시에 적응을 마쳐야 선생님들도 다음 스텝을 밟기 수월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하시면 더 힘들어질 거라는 원장님 말이, 다른 아이들은 다 적응했다는 선생님 말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내 생각에 우주는 어린이집이 싫었으면 몇 번 가보고 당장에 싫다고 했을 거다. 그런데 물어보면 좋다고 한다. 오늘도 그랬다. 그냥 피곤하고 졸릴 때 엄마가 없는 게 어려운 것 같은데. 우주는 워낙 잠시간이 왔다 갔다 했고 어린이집 다니느라 평소보다 많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컨디션이 아직 안 좋은 것 같다고 설명드렸다.


당장 어린이집에 꼭 가야 할 만큼 급한 건 아닌데. 포기할까 싶다가 우주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내일은 간단다. 울어도 들어가서 놀다 오라고 하니 그러겠다고 했다. 우주 신생아 시절 자주 보던 유튜브의 육아 채널에서 조언을 얻었다. 이별 의식을 위해 내일은 주머니에 비타민을 준비해야지. 가족사진을 넣어 키링도 주문했다. 가방에 달아줄 거다. 내 마음도 조금 더 준비했다. 내일은 울더라도 그다음을 선생님께 맡겨보자. 우주는 할 수 있다. 이왕 시작했으니 하는 데까지 해보자. 그래도 나는, 어떤 선에서는, 이렇게 계속 우주의 상태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는 엄마로 살 거다. 그게 완전히 우주를 바보로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면. 모든 걸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이틀간 우주와 무릎이 갈리도록 노느라 체력은 바닥나고 어린이집으로 시작된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져 마음도 어려웠는데 서방구는 출장 갔다 돌아와서는 저녁 약속에 나가도 되느냐 물었다. 아휴. 생각이 있는 거냐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우주가 있어 눈으로 욕했다. 다녀오려면 다녀오라고 했더니 그래서 안 간단다. 참나. 주말 동안 내가 나가서 놀았다고 본인도 한 번 그러려는 건가. 나의 외출과 본인의 외출이 같다고 생각하나. 아니 나가고 싶으면 미리 말을 하던가. 그럼 우주 낮잠동안 안 쉬고 저녁거리를 만들어 놓았을 텐데. 3년이 다 되어가도 저 양반은 아무것도 모른다. 열받았지만 나는 우주랑 잠들고, 남은 일을 하러 다시 일어났더니 서방구가 잠들어 있어서 대화는 못 했다.


가만히 이해해 보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얘기나 통화를 들어보니 협력사 컨텍 문제로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 생각에 예민해져서 유독 서방구에게만 뭔가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서방구도 그런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위로받고 싶은 아이가 되어있는 것 같다. 언제가 됐든 따지려고 했는데 이번 건 그냥 넘어가야겠다. 등이랑 허리가 너무 아프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오뚝이처럼 왔다 갔다 구르면 좀 낫다. 몇 번 구르다 자야지.


매섭던 추위가 가고 살랑이는 봄바람이 찾아오듯 갑자기 찌는 듯한 더위도 올 거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다,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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