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임산부의 임신 일기. 6-9 weeks
임신 6-7 WEEKS. 입덧 먹덧 지옥. 나 돌아갈래~~~~~~~~~!!!!
"나는 입덧 없으려나 봐!" 같은 소리... 6주 차 언제부턴가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리고 메스껍기 시작한다. 근데 보통 입덧은 음식냄새에 반응하는 거 아닌가?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멀미 마냥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가만 보니 빈속일 때 이 증상이 미친 듯이 심해졌다. 자기 직전에, 자다가 깨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나는 무언가를 입에 쑤셔 넣어야만 했다. 정말 너무 먹고 싶지 않은데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아 억지로 위장에 음식을 쑤셔 넣는 행위란...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이게 그 먹덧인가.. 그저 폭풍 식욕이 돋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먹덧이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원래 곧장 먹던 음식이 안 당기고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주스, 시큼 새콤한 과일이 당기는가 하면 자극적이고 매운 게 당기기도 했다. 희한하게 먹을 때는 또 괜찮다가 또 너무 많이 먹거나, 속에서 안 받으면 그대로 게워내었다. 그런데 게워내면 또 위장이 비게 되어 메스꺼움이 스멀스멀 올라와 얼마못가 또 먹어야만 했다...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잠들기 위해 울면서 먹어야 했으니, 거식증 환자 마냥 음식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게 너무 괴로웠다. 그 와중에 소화는 잘 안되고, 쉬지 않고 음식을 넣어대니 살은 살대로 찌고 화장실은 못 가고.. 그렇게 약 한 달간 무려 4kg가 무섭게 불어났지만 나는 여전히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누군가 그랬다. 출산의 이면에는 인간성의 상실이 따른다 했던가. 아직 출산까지 멀었는데 벌써부터 인간성을 상실한 것만 같았다. 젠장.
임신 8-9 WEEKS. 내 안에 2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니.
아기집 본 이후로 첫 번째 검진 날. 아직 임신 초반이라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럴 일 없겠지만 혹여나 정말 혹시나 심장이 뛰지 않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쓸수록, 불안감이 자꾸만 나를 잡아먹었다. 실제로 임신 초기 유산율은 전체 임신의 약 20-30%나 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높아서 깜짝 놀랐다. 대부분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 등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며 산모의 잘못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상상만 해도 너무 슬픈 일일 것 같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을 버티고 버텨 드디어 검진날. 다행히 질 초음파를 통해 젤리곰이 된 *도담이를 만날 수 있었고 심장도 콩캉콩캉 잘 뛰고 있었다. (태명은 이리저리 고민하다 건강하고 탐스럽게 자라라는 의미를 담은 "도담"으로 결정했다.) 며칠 전 밤 배에 손을 올리고 있는데 뭔가 손에서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자기야. 심장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애. 라고 했었는데 혹시나 해서 제가 심장박동을 느낄 수도 있나요?라고 물어봤더니 하하하. 아니요. 전혀요.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단호박에 머쓱..
아무튼 그간 괜히 조그만 배 통증에도 불안했던 게 무색하게 도담이는 잘 자라주고 있었고 이제 한시름 놓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하실 양가에 얼른 알려야겠다.
아, 그리고 지옥 같던 입덧 증상이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 괜찮나 싶다가도 갑자기 울렁거려서 종종 변기통을 붙잡아야 하지만 빈도수가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양치할 때마다 구역질과 구토를 유발한다는 고약한 '양치덧'이 나에게도 찾아오는 바람에 양치할 때마다 고역이지만 그래도 조금 살 것 같다. 결국 남들이 겪는 거 다 겪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남들이 괜찮아진다고 할 때쯤 거짓말처럼 괜찮아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