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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HANZ Feb 16. 2024

중요한 것,
좋은 술을 알리는 것에 있어서.

술이 좋아야만 하는 것이 다가 아니였다.

술을 빚는 양조사로서 좋은 술을 빚는 건 당연한 것이다. 

스테이핸즈의 양조사는 누구에게 내어놔도 평을 잘 받는 술을 빚는다. 

매일 더 좋은 술을 빚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더 좋은 원료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판다. 

(발품은 카드값이 덜 나오게 하기 위해 서가 더 주된 이유이긴 하다.)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단가로 시장에 내어놓는 것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제조사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모든 공정에서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도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앞뒤 안 맞는 논리를 가지고 말이다. 

생각해 보자, 단가가 낮아지는데 품질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이 가능할까? 

혹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공유해 주길 부탁드린다. 

아니 공유하기도 전에 아마 떼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떼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제발 싼 것만 찾지 말자.

누가 만들어도 그 가격이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해서 사업하는 것을 이야기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반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스테이핸즈는 소류모주류제조면허로 술을 만드는 곳이고...


좋은 품질에 경쟁력 있는 단가로 술을 만들고 있다고 해서 다가 아니었다. 

디자인도 이뻐야 했다. 

수백의 각양각색의 모양의 병에 술을 담고 라벨을 붙여봤다.

거추장스러운 라인들은 빼고, 잡다한 것들은 들어내다 보니,

술병의 디자인과 라벨로만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엘레강스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아직도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나왔다. 

누가 봐도 한국술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 같은 그런 디자인으로 말이다.

소비자의 반응도 소매점의 반응도 좋았다.

자 이젠 돈 버는 일만 남았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매출은 늘지 않았다.

술이 좋아 만드는 족족 한두 병씩 마시다 보니 팔아야 할 술을 만드는 사람이 즐기고 있었다. 

술이 좋아 양조를 배웠고 그러다 양조장을 차려서 술을 파는데 그걸 양조사가 마시고 있다.

자가소비의 끝판왕.

혹자의 말을 빌려 '최고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고의 품질과 엘레강스한 디자인을 가진 경쟁력 있는 가격의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사진을 올리기도 해봤다.

이상훈의 작마클도 들어보고, 유명하다는 마케터들이 쓴 블로그도 브런치에 올라온 글도 수없이 읽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나처럼 능력 있는 마케터를 써요"였다.

어디 가나 마케터를 마케팅하는 마케팅 글뿐이였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정말 술을 좋아하는 양조사가

최고의 품질에 

경쟁력 있는 단가를 가진 

엘레강스한 디자인의 술을 

마케팅하기 위해서.


그러면서 오늘도 어제 막 담은 술을 마시고 있다.

6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병 디자인. (지금은 또 여기서 조금 수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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