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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Oct 21. 2017

내 첫사랑은 성장통이었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017년 개봉 / 츠키카와 쇼 감독 / 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주연


★★★☆


<SYNOPSIS>

"너는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는 그때,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나'

학교 최고의 인기인 '그녀'


어느 날, 우연히 주운  [공병문고]를 통해

나는 그녀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너 말이야, 정말 죽어?"

"... 응. 죽어"


그날 이후, 너의 무언가가 조금씩 내게로 옮겨오고 있다.




그날은 지독한 장맛비의 한가운데였다.

휴대폰엔 너의 전화가 왔었다는 메시지가 깜빡거렸다.

이윽고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나는 투명한 비닐우산 아래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건, 너의 부고였다.


열일곱.

사랑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던히도 사랑을 앓던 시절

손뼉을 치면 닿을 것 같은

내 첫사랑이었던 당신을

장맛비 속에 나는 그렇게 잃어버렸다.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또다시 너를 회상하며 웃으며 울었다.




첫사랑.

이 시리도록 눈부신 단어는 아름답다.

나의 '이데아'이자

한때는 나의 '부모'였고,

또 나의 '연인'이기도 했다.


첫사랑을 통해 나는 취향을 배웠다.

가을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당신이었다.

구름이 없는 하늘을 좋아했고,

카키색 야상이 잘 어울렸으며,

항상 따뜻한 녹차라떼를 주문하곤 했다.


나는 그렇게 고스란히 당신을 배웠다.


차를 타면 내 오른쪽 어깨에 기대던 당신이 그리웠다.

녹차라떼 우유 거품이 살짝 묻은 당신 입술과

그 입술 위로 내 입술이 포개지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영화 속 나는 사쿠라의 보조개를 그리워할 것이다.

때때로 '어린 왕자'를 보면, 자연스레 그녀가 떠오를 것이다.

그녀의 이름과 같은,

만연히 피어있는 벚꽃을 보게 된다면 애꿎은 눈물도 날 것이다.


그렇게 첫사랑은 성장통이 된다.


오늘, 나는 많이 울지 않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에게, 그리고 나의 사쿠라에게.

나의 첫사랑이 되어줘서.

내 첫사랑이 참 예뻤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줘서.




이 영화의 영리함은 결말에 있다.

사쿠라는 췌장암으로 죽지 않는다.

그녀가 버릇처럼 말했던 '예상치 못한 순간'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사쿠라와 나는 사랑을 가장한 우정으로 그려나간다.

그렇게 이 영화는 사랑인 듯

나의 성장을 착실히 그려나간다.


시큰한 성장통이 지나가면

훌쩍 키가 큰다.


첫사랑의 비릿한 아픔을 잘 빚어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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