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덕질의 역사
빠순이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오빠 순이’의 줄임말로, ‘오빠에게 빠진 어린 여자 아이’를 의미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같은 대중스타들의 열성적인 팬을 비하하여 부르는 말.
나의 빠순이 역사는 무려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살이었던 나는 1세대 아이돌 동방신기(5인체제)를 보고 완전히 매료됐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었고, 부모님 몰래 모은 용돈으로 콘서트를 가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전교 1등 하면 동방신기 앨범 다 사주겠다”는 공약을 건 것도 그때부터였다. 어린 시절 다이어리를 펴 보면 오빠들의 사진과 그들을 향한 러브레터로 꽉 차 있었다. 그렇게 열렬했던 나의 첫 덕질은 17살, 오빠들의 해체로 막을 내렸다. 독서실에 앉아 눈물로 써 내렸던 “카시오페아는 무너지지 않아” 글귀는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
이후 10년간 덕질 판을 떠나 있었다. 본업이 연예계와 밀접했기 때문에 덕질을 시작할 여유도,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Mnet ‘프로듀스X101’을 통해 운명처럼 내 최애를 만나게 됐다. 여느 때처럼 심드렁한 표정으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엑소 ‘러브샷’ 무대 센터를 맡았던 김우석에 흥미가 생겼다. 잘생긴 애가 열심히까지 하니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10년 전 느꼈던 스파크가 다시 한번 찌릿 나의 심장을 관통했다는 것을. 결국 난 10년 만에 다시 빠순이가 됐고, 열렬한 짝사랑을 다시 시작했다.
이 세상 모든 빠순이들이 최애에게 보내는 글은 훌륭한 러브레터가 된다.
나의 최애가 ‘프로듀스X101’ 악마의 편집부터 데뷔, 해체, 솔로 재데뷔를 겪는 동안 내 감정선도 롤러코스터를 타듯 엉망진창이었다. 그럴 때마다 난 다이어리에 최애를 향한 러브레터를 썼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최애가 팬들에게 써준 러브레터도 필사했다. 역시,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글은 꽤나 예쁘기 마련이다. 그 예쁜 글을 순간이라는 시간에 날려 보내기 아쉬웠다. 그래서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어쩌면 나의 최애인 김우석과 그의 팬덤인 냐냐들말고도 아이돌을 사랑한다면, 아니 최애가 있다면, 나아가 사랑을 하는 중이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았습니다. 많은 걸 배웠습니다.
데뷔가 확정된 날 나의 최애는 팬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나 역시 나의 최애에게 사랑을 받았고, 많은 걸 배웠다. 이를 테면, 누군가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부디, 나의 글이 또 다른 빠순이에게,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길 바라며 프롤로그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