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매와 유진 초이의 이야기
앙숙이었던 유연석과 이병헌이 각자의 결핍을 동료애로 채우며 진짜 동지로 성장했다. 조선시대 신분제도로 정서적 결핍을 지닌 두 사람이었다. 유연석과 이병헌은 같은 사회 속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핍박받으며 결핍을 앓았다. 역설적이게도 두 사람의 결핍을 채운 건 조선 사람이 건넨 동료애였다.
8월 19일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 14회에서는 이완익(김의성 분)을 공동의 적으로 둔 구동매(유연석 분)와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협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 협력의 중심에는 진한 동료애가 자리 잡았다.
각각 백정과 노비 신분이었던 구동매와 유진 초이는 조선에게 버림받으며 결핍을 앓았다. 구동매는 양반과 평민에게 핍박받는 부모를 보며 조선 사회와 사람을 신뢰하지 못했고, 유진 초이 역시 주인으로 모셨던 양반이 자신의 부모를 죽이자 구동매와 똑같은 결핍을 지니게 됐다. 구동매와 유진 초이가 일본 낭인과 미군이 돼 조선에 되돌아왔을 때도 두 사람을 향한 조선 사회의 냉대는 똑같았다. 그러나 구동매와 유진 초이는 각자가 앓고 있던 결핍을 진한 동료애로 치유받았다.
구동매는 이완익의 술수에 빠져 미국인 선교사 요셉을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됐다. 이완익은 구동매가 고애신(김태리 분) 할아버지인 고사홍(이호재 분)의 사주를 받아 요셉을 살해한 것으로 꾸몄다. 구동매는 모진 고문에도 고애신을 생각해 고사홍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구동매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쿠도 히나(김민정 분)와 유진 초이가 나섰다.
쿠도 히나는 이완익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구동매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구동매는 오히려 "내가 눈엣가시인 분들이 너무 많아서 누군지 모르겠다"며 쿠도 히나의 죄책감을 덜어줬다. 쿠도 히나는 "유진 초이를 한 번 믿어봐"라고 설득했다. 구동매는 "그 나으리랑 나 사이에 지난한 역사가 있는데 그리 아름답지 않아서. 그런데 그리 믿으시면 내가 또 마음이 가는데"라고 답했다.
이 모든 게 이완익의 계략임을 알아챈 유진 초이는 미군 신분을 이용해 구동매를 미국 공사관으로 빼냈다. 구동매는 유진 초이를 향한 고마움을 "내가 이완익이라면 당신 목숨부터 빼앗을 거야. 그러니까 조심해"라는 경고로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구동매는 유진 초이가 진범을 잡을 수 있도록 그가 숨어들 수 있는 장소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이처럼 구동매는 자신을 천한 백정 목숨이 아닌 같은 동료 목숨으로 생각하는 쿠도 히나와 유진 초이를 다시 신뢰하기 시작했다. 조선 사회가 준 결핍을 조선 사회 속 사람들의 동료애로 치유받은 것이다.
유진 초이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완익의 적수가 됐고, 조선 의병 조직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의병들의 살해 타깃이 됐다. 사방이 막힌 곳에 놓인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쿠도 히나와 고애신이었다. 쿠도 히나는 유진 초이가 이완익의 하수인인 진범을 잡을 수 있는 증거를 넘겼다. 자신의 아버지를 배신하는 일이었지만, 쿠도 히나는 개의치 않았다. 유진 초이 역시 "이완익의 여식인 내가 작정하고 속이면 어떻게 하려고"라는 쿠도 히나의 자조 섞인 말에 "그럼 속아 넘어가야지"라고 답하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두 사람의 견고한 믿음이 돋보였다.
고애신은 직접 유진 초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유진 초이는 자신의 신변을 걱정할 고애신에게 "귀하가 걱정할 일은 만들지 않겠소. 그러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걱정은 잠시 잊고 늘 그랬듯 어여쁘시오"라고 연서를 남겼다. 그러나 고애신은 연서대로 가만히 있지 않고 유진 초이의 곁으로 향했다.
고애신은 유진 초이의 숙소에 미리 잠입해 그에게 위로를 건넸다. 선교사의 편지를 낭독하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유진 초이는 "이 보다 깊은 위로는 없소"라고 말했다. 유진 초이의 결핍은 쿠도 히나와 고애신의 동료애로 채워졌다. 쿠도 히나와 고애신은 아버지를 배신하고도,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동지'라는 이름으로 유진 초이의 곁에 섰다.
예부터 지금까지 조선 사회가 버린 구동매와 유진 초이였다. 그런 두 사람의 결핍을 채운 건 조선 사람인 쿠도 히나와 고애신이었다. 동료애로 결핍을 넘어선 두 사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쿠도 히나와 고애신 모두 조선 사회를 위해 일하는 의병이기 때문이다. 결핍을 채운 구동매와 유진 초이가 자신들을 버렸던 조선 사회에 쿠도 히나, 고애신과 함께 손을 건넬 수 있을까? '미스터 션샤인'이 보여줄 해답에 기대가 모인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