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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섀도우 Oct 15. 2023

나의 작은 풀떼기들

평소 샐러드를 좋아하기에 만물 잡화점 다O소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풀떼기 키트를 사왔다.

이 작은 오피스텔의 유이한 장점인 넓은 테라스에 떡 하니 올려놓는다





호기심에 사온 쌈채소 키트를 키우다보니 스티로폼 상자에 구멍을 뚫고 배양토를 부어 옮겨심는 모습이란.

 원체 생존주의 게임 장르를 좋아해서 게임에서나 농사를 열심히 지어봤지 이렇게 직접 무언가를 가꾸어본 적은 처음이다. 손 끝으로 만져지는 풀내와 배양토의 부드러운 촉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뙤약볕에 두어 질기고 억세게 자란 풀잎을 식초물에 씻어 드레싱과 음미해 본다.


 적겨자의 꽃망울이 하늘 높이 올라 꽃망울을 터트리자 그만 저들의 잎사귀에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찬란했던 여름 햇빛에 개미 눈곱만한 씨앗을 여물고 말라버린 씨앗 주머니를 가위로 조심스레 봉투에 잘라넣고는, 이내 잊어버렸다.


(만기 전이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내 집이 아닌 테라스 딸린 작은 방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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