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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교향곡

나만의 방식으로 저항하다

by 섀도우

대학원에 다니며 잠시 생각하는 글을 쉬었지만 12.3 계엄 내란은 마냥 침묵하고 있을 수 없게 만든다.


델포이 신탁과 법치주의자의 죽음

이전에 융통성 없는 완고한 법치주의자의 죽음에 대해 쓴 적이 있다. 무속인의 말을 빌려 자신의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청와대로 가면 죽는다는 말에 용산으로 터를 옮겼다고 소문난, 누군가의 이야기다.


그의 아내와 장모는 너무 부패했지만 그 남자는 자신의 권력으로 무마시키고 감춰왔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고발하고 취조하고, 입을 틀어막고, 자잘한 죄의 꼬투리를 잡아 괴롭혀 왔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심증은 필증으로, 톱니바퀴만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수많은 사건들을 보며 사람들은 분노를 응집해 왔다.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north-korea-resident-reaction-martial-law-south

그리고 이 남자는 멍청하게도, 자신을 파멸시키는 확실한 방법을 시도했고, 멋지게 실패했다.

그는 계엄령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수많은 시민들과 담을 넘는 국회의원들, 보좌진들의 결사 방어와 고의로 태업한 군인들이 맞물려 계엄을 해제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1719.html

그의 여당은 탄핵안을 부결시키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법에도 없는 총리-여당대표 대리 통치라는 해괴한 셈법을 들고 나왔다. 한국에서 개그 프로가 재미 없어진 이유가 따로 있다.


인간사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진나라의 상앙은 사지가 찢겨 죽었으며 초나라의 오기는 귀족들의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전한의 법치주의자 조조는 황족들에게 법치를 적용하자 반란이 일어났고, 반란의 원인으로 처형당했다. 조조의 아버지는 반란 전에 '집안에 화가 미치는 걸 못 보겠다'며 독약을 마셨다.

반면 범수(범저)는 자신을 고문했던 위나라 왕의 목을 자른 뒤에 자신의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와 편한 여생을 보냈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2790041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계엄이라는 선택지를 하기 전, 8월이나 9월에 자신의 분수를 알고 하야했더라면 금융범죄와 배우자의 짜깁기 논문 같은 문제는 자신의 후배들인 검찰들이 알아서 덮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계엄령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내란죄이며 사형감이다. 스스로 물러날 타이밍조차 모르는 어느 멍청이의 최후가 상상이 된다.

나는 무솔리니가 주유소에 매달린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춥고 매서운 날씨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집회를 하고 있다. 나 역시 거리로 뛰쳐나와 응원봉을 흔들고 싶지만 교대근무와 대학원 과제와, 무엇보다도 배가 부른 아내를 두고 쉽게 나갈 수 있는 몸이 아니니. 비겁한 변명이라면 비겁한 변명이다.


대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 '1905년'의 2악장 클라이맥스를 올리며,

나만의 방식으로 이 나라의 정상화와 사필귀정을 응원한다.


https://youtu.be/yZ18rha4F0c

서슬퍼런 소련의 검열 아래 몸부림치던 쇼스타코비치, 그의 교향곡 11번은 제정 러시아 말기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룬다.

민중들이 전쟁과 굶주림에 짜르에게 하소연 하기 위해 평화로운 집회를 시작한다(1악장) 정교회 신부의 도움으로 궁전 앞까지 다가와 목소리를 내지만 불안한 드럼소리와 함께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이내 시위대에 발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2악장) 수많은 희생자들의 애도와 슬픔, 분노가 표현되고(3악장), 결의에 찬 시위대가 혁명을 일으키고 승리한다(4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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