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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19. 2022

저마다 다른 계절에 피어나는 꽃들처럼



6살인 큰 아이는 아직 한글을 잘 몰라요. 아직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의 그저 아이다운 순진한 발상을 듣는 게 너무 즐겁거든요.


아이에게 계절은 이런 식이에요.


"가을은 내가 태어난 달이지.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잖아. 단풍잎이 물들면 내 생일이야."


"겨울은 스케이트를 타는 날이지. 오늘 엄청 춥다 우리 곧 스케이트 탈 수 있겠네!"


"봄엔 딸기를 먹을 수 있고 여름엔 수박을 먹을 수 있잖아! 난 수박도 딸기도 좋으니까 봄도 여름도 좋아. "


"여름엔 엄청 차가운 계곡에서 물놀이를 실컷 할 수 있으니 좋아."


그저 단순하게 활자로 정의되는 것들이 아닌 아이의 경험이 묻어 나오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은 육아가 주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하지만 간혹 당혹스러운 질문이 나올 때도 있어요.


"엄마 근데 개나리는 봄에 피는데 국화는 왜 가을에 펴? 가을은 너무 추운데?"


이런 질문은 참 곤란해요. 그냥 그렇게 생겨서 그래.라고 말해줄 순 없잖아요?


꽃들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이유도, 계절이 달라지는 이유도, 이론적으로 아이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아이의 조그마한 세계는 지구와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응 그건 꽃들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달라서 그래. 따뜻한 봄을 좋아하는 꽃도 있고 추운 가을을 좋아하는 꽃도 있지. 너도 좋아하는 계절이 있고 과일이 있고 그렇잖아? 꽃들도 똑같단다.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에 세상을 구경하러 활짝 피어나는 거야. "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보면 내 아이가 늦다고, 아직 한글도 모른다고, 셈을 할 줄 모른다고, 영어를 시작도 안 했다고 조바심을 낸 나의 마음이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저마다 다른 계절에 피어나는 꽃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활짝 필 계절이 다를 테니까요.


그저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의 시계를 빨리 감아줄 필요는 없는 거라고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오늘도 반성해봅니다.



그저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선 행복한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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